<초등교사의Booklog>
어제 종업식을 했다. 교사는 종업식을 앞둔 약 2주가 가장 바쁘다. 아이들의 출결, 평가, 수업시수, 창의적 체험활동의 4 영역 (자율, 진로, 봉사, 동아리), 교과학습발달사항, 행동 및 종합 특성 등 많은 항목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흔히 ‘쫑아리’라고 불리는 행동 및 종합 특성을 입력할 때가 가장 힘들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있는 그대로 쓸 수 있다면 에이 포 한 장도 넘게 쓸 수 있을 것이나 아무리 초등학교 성적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 한들 나쁜 얘기를 써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아이들이 고쳐야 할 점을 솔직히 써주는 것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 어쨌든 올해까지는 좋은 점을 쥐어짜서 아이들의 긍정적인 부분만을 적어 주었다.
여기에 교사들의 새 학기 학년 배정 및 업무분장도 큰 이슈다. 교사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에 이왕이면 학교에서 유명한 아이들과 학부모, 함께 일하기 ‘빡센’ 동료 및 선배교사를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업무 및 부장을 어떻게 피하면 좋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관리자는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간청을 하기도 한다. 학년 배정 및 업무 분장은 점수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본교에 근무하며 쌓은 점수를 토대로 점수가 높은 사람의 의견을 우선순위로 반영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6학년이 7점, 1학년 6점, 5학년 5점, 2,3,4학년 4점, 교과 전담은 3점이다. 나의 경우 현재 학교에 2년을 근무했고 교과 전담과 1학년을 했으니 9점이다. 매우 낮은 점수이기 때문에 학년 배정이 내 뜻대로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접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6학년을 배정받았다...)
자, 그럼 아이들의 반 배정은 어떤 식으로 되는 것일까. 떠도는 얘기로 친한 친구들은 전부 갈라놓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우선 각 반 별로 교과 평가와 평소 학교생활을 기록한 일지를 토대로 남녀별 아이들의 순위를 매긴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의 1학년의 경우 모든 반이 남녀 각각 1등부터 14등까지 순위가 매겨졌다. 여자는 순위별로 자기 반부터 순서가 돌아간다. 우리 반은 1학년 3반이고 따라서 우리 반 여자 1등이 2학년 3반, 여자 2등이 2학년 4반, 여자 3등이 2학년 5반, 여자 4등이 2학년 1반, 여자 5등이 2학년 2반 이런 식으로 계속 돌아가는 식이다. 1학년 2반의 경우는 그 반의 여자 1등이 2학년 2반, 여자 2등이 2학년 3반 이렇게 돌아가게 된다.
남자의 경우는 1등부터 각 반에서 +2 한 반으로 이동한다. 예를 들어 우리 반은 1학년 3반이니 우리 반 남자 1등이 3반에 +2를 한 2학년 5반, 남자 2등이 2학년 1반, 남자 3등이 2학년 2반으로 가는 식이다. 이렇게 모든 반에서 반 배정을 한 뒤 2학년 1반부터 5반까지 어떤 학생들이 배정되었는지 살펴본다. 각 반의 선생님들이 모여 학폭에 연루된 피해자와 가해자가 혹시 같은 반으로 배정되진 않았는지, ADHD 아동들이 한 반에 집중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핀다. 그 후 탈북 및 다문화 학생들이 집중되어 있으면 골고루 분산시키고 둘이 만나 부정적인 시너지를 낼만한 학생들도 다른 반으로 분산시킨다. 이렇게 학생들의 반을 재조정한 후 2학년 선생님들이 각 반을 맡았을 때 안정적으로 학급을 운영할 수 있을지 각 학급의 구성원을 최종 점검 후 반편성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각 반의 이름을 가, 나, 다, 라, 마로 바꾼다.
그리고 새 학기에 2학년을 맡게 될 선생님들이 모여 제비뽑기로 먼저 반을 정한다. 예를 들어 2학년을 맡게 될 A 선생님이 1을 뽑았다면 그 선생님이 2학년 1반 담임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각 반의 담임이 모두 정해지면 그다음에 가, 나, 다, 라, 마 제비뽑기를 한다. 2학년 1반 담임선생님이 ‘다’를 뽑았다면 이제 ‘다’ 반으로 배정되었던 학생들이 2학년 1반이 된다.
나는 올해 6학년을 맡았고 6학년 1반이 되었으며 내가 뽑은 학생들은 ‘마’에 배정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났느냐에 따라 많이 변하기 때문에 결국 1년을 결정하는 건 나의 몫이 아닌가 한다. 어떤 일이든 아이들에게 이로운 것인가 아닌가를 기준에 두고 결정하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사랑한다면 나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한 1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학년에서 6학년으로의 이동은 간극이 매우 커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하지만 올 한 해도 위의 두 가지 철칙만 마음에 새기고 지킬 수 있다면 잘 해내리라 믿는다. 6학년 1반, 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