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준비를 2주 만에, 가능한 부분입니까?

<초등교사의 BookLog>

보통 교사의 새 학년 배정은 새 학기 시작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채 배정된다. (길어야 한 달 쯤이다) 올해 우리 학교의 경우 정확히 새 학기 시작 2주 전에 발표가 되었다. 2주 안에 기존 교실의 짐을 전부 정리하여 새 교실로 이사도 해야 하고 2주 안에 새 학기에 학급을 어떻게 꾸려갈 것이며 어떻게 수업을 할지 모두 정해야 한다.



먼저 교실 이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교사의 짐은 상상을 초월한다. 각종 참고도서 및 학급 운영과 수업에 필요한 교구들이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한다. 그다음으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무용품이다. 자석, 클립, 압정 등 자질구레한 것을 보관하는 15칸 서랍장은 교사의 필수 아이템이고 회수된 가정통신문, 체험학습보고서 등의 서류를 보관하는 5단 서류 보관함, 책꽂이, 재단기, 에이포 색지, 라벨지 등등 교사에 따라 사무용품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커피포트, 텀블러, 가습기, 방석, 쿠션 등 자질구레한 짐이 더해져 아예 이사업체에 교실 이사를 맡기는 선생님도 있다. 기존 교실에서 짐을 빼서 상자에 정리하고 새 교실로 이동해서 다시 짐을 꺼내 재정리하려면 이틀 정도 소요된다. 나의 경우 현재 교실 1층에서 다른 건물 4층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오래된 학교라 엘리베이터도 없다) 남편을 동원하여 가까스로 이사를 마칠 수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새 학기 준비기간 2주 중 이틀이 이렇게 교실 이사에 소비되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나에게 오롯이 주어진 시간은 아니다. 어린 아기가 있기 때문이다. 주말은 아기와 하루 종일 보내야 하고, 주중에 아기가 어린이집에 간 틈과 아기가 잠든 저녁 시간을 이용해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우리 동네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 어린이집이 임시 휴원에 들어가 24일부터 아이를 집에서 맡아야 한단다. 나의 새 학년은 어찌 되는가 걱정이 앞선다.

교장님께 이 문제에 대해 건의를 드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유를 들어도 납득이 잘 가지 않았기에 교장님의 말씀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선생님들의 발령 문제가 그 원인이라고 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수업인데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나는 이 문제가 그 어떤 것보다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사를 하며 여러 학년을 가르치게 되고 임용 공부를 할 때에도 전 학년의 교육과정과 교과서 내용을 낱낱이 공부하기 때문에 갑자기 새 학년을 가르쳐야 한다고 해서 아주 막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과정도 바뀌고 사회의 흐름 및 당대 사회의 이슈들도 바뀌는 바, 보다 유용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하고 싶은 교사들에게 2주는 확실히 짧다. 올해 6학년을 맡게 되어 교과서를 폈는데 그 사이 교육과정이 개정되어 아예 처음 보는 내용도 있었고, 1학년에서 6학년으로 확 건너오게 되어 6학년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6학년이 지금의 수학을 배우기 전에 어떤 내용들을 배우고 올라왔는지도 가물가물하여 3학년 수학 교과서부터 새로 공부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2주는 짧다.



그래도 2주 만에 짜임새 있는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팁을 한 가지 전하자면 평소 독서를 많이 하라는 것이다. 지금 내 책상에 올라와 있는 수업 참고 도서가 스물아홉 권이다. 조금 전까지 수업 준비를 하며 참고한 책들이다. 이 책들을 2주 안에 전부 읽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틈틈이 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면 수업하고자 하는 단원과 관련된 내용이 어느 책 어느 부분에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책에서 관련된 내용을 끌어와 수업을 구성하면 현재 사회 이슈에 부합하면서 꽤 창의적인 수업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차시 한 차시 계획하다 보면 시간 압박 하에 불안했던 마음도 가라앉고 새 학기에 대한 자신과 기대도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2주에 대한 불만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긴 겨울방학에 교사가 보다 질 높은 수업을 계획할 수 있도록 새 학년 발표를 겨울방학 전 혹은 겨울방학 중간에라도 해주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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