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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영어가 가고 수학이 뜬다

<나의 하버드 수학 시간>

교사가 직업인 나는 대부분 교육 관련 기사나 교육 관련 도서를 읽고 교육 관련 티브이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내년 새 학기를 앞두고 수업을 구상 중인 요즘은 특히 더욱 그렇다. 지금 교육계는 온통 미래교육에 관한 이야기이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교육계가 미래사회를 주도할 인재 양성을 위해 온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인 만큼 미래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입장은 다양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입장을 다 살피다 보면 다가올 미래사회가 무서워질 지경이다.      



일단 내가 지금 기억하는 것들만 떠올려도 미래 사회에는 코딩, 인문학적 소양, 타인과 협업할 수 있는 능력, 의사소통 기술, 합리적 갈등 해결 능력, 인성, 감수성, 흩어져 있는 지식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력, 융합적 사고, 끈기, 자기 주도적 태도 등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미 이 내용들만으로도 미래사회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두렵고 막막하기 충분한데 이젠 수학까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하니 좌절감이 든다. 바로 <나의 하버드 수학 시간>이라는 책에서 말이다. 책에 의하면 한 때 우리들이 국제화·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영어를 필수로 배우고 영어가 세계의 공용어가 된 것처럼 다가올 미래사회에는 수학이 세계의 공용어이자 필수어가 된다고 한다. 이 수학 언어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하니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나는 정녕 루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필자는 미래사회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빅데이터를 예로 들었다. 그리고 이 빅데이터를 읽는다는 것은 데이터를 그래프로 그리고 함수식을 찾은 뒤 미분과 적분의 수학 도구를 통해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존에는 기업의 CEO들의 전공이 경영학, 경제학이었다면 요즘은 기업 CEO로 공학, 컴퓨터과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기용되는 추세라고 한다. 공학, 컴퓨터과학 모두 수학과 관련이 있음은 물론이다. 책에서는 구체적 인물을 들며 논리를 더욱 발전시켰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MS CEO 사티아 나델라, 어도비 CEO 샨타누 나라옌은 모두 인도 출신 공학자들인데 그들은 자신들의 저력이 우수한 수학 실력에서 나온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왜 미래사회의 핵심 언어가 수학이 되는지 필자의 적극적인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이 설명들을 들으면 수학이 미래사회에 필요한 학문이라는 것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에 맞는 수학 공부를 하려면 현재의 수학 교육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필자는 자신의 미국에서의 경험과(하버드 대학원에서 올 A 장학생으로 졸업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비교하며 그 방향을 제시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미국의 수학은 원리를 철저히 이해하고 이 원리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인데, 한국의 수학은 원리를 무시한 채 답만 찾는 기계적인 문제 풀이 위주의 수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재벌 및 고위공무원의 자제들은 결국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한다. 한국에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봤자 그 지식들은 결국 미래에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미래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실한 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어마어마하게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면서까지 한국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난다.     



이 책은 자녀를 둔 학부모,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그리고 현재 공부하는 학생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물론, (책의 저자도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미국처럼 원리를 깊이 파고들고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하며 수학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다. 입시에선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문제를 풀어야 하고, 답을 찾는 과정은 생략된 채 정답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며 유형을 익혀야 하고 기계처럼 풀이 방법도 암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리를 깊이 파고들 시간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앞으로의 수학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를 지양하고 이 방법대로 따라보면 어떨까 싶다.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이 책이 유용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책의 필자는 현재 재벌 자제들과 유명 학원들의 러브콜을 받는 보스턴 최고의 스타 강사이자 수많은 제자들을 하버드, MIT, 존스홉킨스대 의대에 진학시킨 능력 있는 강사이다. 그리고 본인도 40대라는 늦은 나이에 하버드대 수학 교육 전공을 했고 앞서 언급했듯 올 A로 졸업을 했다. 이 책의 3부 제목은 ‘인생을 바꾸는 수학 공부의 정석’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3부가 가장 기대가 되었다. 최고 강사의 생생한 수학교육 노하우나 수학 공부법에 대한 구체적인 팁이 제시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1,2부에서 다루었던 내용과 비슷한 원론적인 내용들이었고 1,2부에서 펼친 거대한 스케일에 비해 3부는 미약하게 마무리된 감이 있어 그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다. 책을 급하게 집필한 것인지 오타가 많았던 점도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현재의 수학 학습 방법을 진단하고 반성해 볼 기회를 제공해주었다는 점, 치열한 미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의 수학 학습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지 그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교사,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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