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공지능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 아이 AI>

온라인 수업을 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정성을 다해 꾸준히 과제를 제출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과제를 대충 하거나 베껴서 내는 아이들, 아예 내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어려운 과제도 아니다. 자신의 생각만 몇 줄 적으면 되는 과제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일을 싫어하고 힘들어한다. 그 간 정답만을 요구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은, 어른들이 스스로 빚은 결과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에서 받았던 며칠 전의 질문은 그래서 내 마음속에 더욱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인공지능 수업이란 무엇인가요?’ 지난 주말 대학원 면접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물론 이에 대해 대답을 하는 데에 망설임은 없었지만 학교에 나와 아이들과 과제로 또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며 내가 한 대답, 그리고 내가 받았던 그 질문에 대해 계속 곱씹게 되었다.


일본과 중국은 일찌감치 인공지능 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시행 중이라고 한다. 물론 일본은 명시적으로 인공지능 교육이라는 것을 하기보단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글쓰기 수업, 독서 수업 등 미래에 꼭 필요한 여러 가지 소양을 기르고 있는 듯하다. 중국은 인공지능 교육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 교과서 등을 개발하고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나는 최근 3년 동안 교육청에서 발간한 인공지능 교육을 위한 교육 지침이라든지 수업 사례집, 자료집 등을 받은 일이 없다. 그나마 최근에 인공지능 교육을 전문으로 할 교사 인력을 양성하겠다며 인공지능 융합 교육 대학원의 학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것은 인공지능 융합 교육을 하겠다며 커리큘럼을 제시한 대학원들의 교육 과정이 대부분 코딩 교육,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치우쳐 있었다는 사실이다. 평소 인공지능에 관심을 두고 책을 몇 권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이 결코 인공지능 교육의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교육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어야 할까. 첫째, 학생들이 사회 변화의 중요성을 생생하게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인공지능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유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과 학습에 대한 목표 및 방향의 공유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교사가 아무리 강조하고 수업을 이끌어도 아이들은 따라오지 않는다.


둘째,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문적으로 코딩을 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머신 러닝, 딥러닝, 인공신경망 등 인공지능이 구현되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원리는 이해해야 한다. 기본 소양이 있는 상태라면 기술을 실제로 체험해보더라도 이것이 기존의 패러다임과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지 생생히 받아들일 수 있고 본인이 체험한 기술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안목이 넓어진다.


셋째, 인공지능을 실제 활용하여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주어야 한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과 연계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모습의 인공지능 교육이 될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 시대를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선 창의적 사고, 생활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연습, 인문학, 철학, 예술, 독서 등 다양한 영역을 교육에 접목해야 하지만 ‘인공지능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한다면 앞서 제시한 3가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교사들은 체계적인 인공지능 교육과정 및 교과서가 개발되기 전인 지금부터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에 대해 익숙해지고, 학생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꾸준히 찾아보며 이를 교과와 연계해 실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 AI>라는 책은 코딩 교육만 부르짖는 여타의 AI교육 책과 달라 읽는 내내 반가웠던 책이다. 특히 내가 추구하는 AI교육의 방향과 거의 일치하여 매우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AI교육을 실제 수업에 접목해보고 그 사례를 공유하고 있어 매우 유용했다.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교육에 접목할만한 다양한 AI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이를 어떻게 교과 수업과 연계할 수 있을지 팁을 나누고 있어 AI 교육을 시작하려는 교사, 진행 중인 교사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에 있는 프로그램들을 실제로 테스트해보니 인공지능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없으면 이것이 왜 인공지능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인지 크게 와 닿지 않을 만한 것도 있었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듯 이론적 이해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아직 실생활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한다는 느낌을 주기엔 단순한 프로그램도 있었고, 안드로이드에서만 실행되거나 버전이 낮은 MS OFFICE에선 실행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교과와 연계했을 때에도 큰 교육적 효과를 낸다고 여겨질 만한 프로그램도 별로 없었다.


열심히 연구해서 찾아 소개한 것이 이 정도인데 아직 우리나라 인공지능 교육은 갈 길이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곧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초등 수준에서 인공지능의 원리를 설명하는 쉬운 교재 개발, 생생한 실생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발견, 이를 교과와 연계한 인공지능 교육 사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싶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나갈, 그 속에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는 제자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보탬이 되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전 읽기로 바꿔보는 공교육, 큰 꿈을 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