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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거대한 세계에 대한 통찰

그로부터 삶을 살아갈  힘을 얻다 <사피엔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 세상에 내던져졌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시대와 공간에서 의도치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은 이러한 삶의 여정에서 줄곧 고통을 느끼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디서부터 이를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스스로 이 고통스러운 삶과 이별을 고할 용기도 없는 우리는 그래서 그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이끄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그 결과 세상은 온갖 재앙으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외로워졌고 인간성을 상실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돈과 물질을 쫓으며 허우적댄다. 우리들은 확실히 불행해졌다. 자연 또한 무수히 파괴되었고 전 세계를 강타하는 질병이 창궐했으며 끝을 모르는 기술의 발달은 앞으로의 삶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대부분의 전망은 부정적이고 어두우며 무섭기까지 하다.



사피엔스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매우 친절한 설명을 제공한다. 나를 둘러싼 이 시공간이 어떠한 역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 나는 그러한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말이다. 또한 앞으로의 나는 어떠한 삶을 살게 될는지에 대한 예측도 상세히 내놓고 있다. 비록 나는 지금 의도치 않은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내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며 주체적으로 사느냐와 그렇지 않느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제국주의와 과학혁명이 어떻게 결탁하게 되었는지, 과학혁명과 자본주의는 어떻게 그 연을 맺게 되었으며 왜 이 시대의 사람들이 자본주의라는 종교에 빠져 자본과 소비의 노예로 살게 되었는지 설명한 부분에 관심이 갔다. 또한 저자의 가치관에 매우 큰 공감이 갔는데 그것은 저자가 바로 인간의 행복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결국 책의 후반부에서 이러한 인류의 역사의 흐름과 발전을 행복과 연관 지으며 지금까지의 역사학, 사회학 등은 인간의 행복에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결국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인데 왜 그 어떤 역사서, 사회서나 과학 기술사를 언급한 책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발전에 관해 언급할 뿐 그로 인해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및 행복에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았단 말인가. 



저자는 결코 지금까지의 사피엔스의 역사 및 우리들이 일궈놓은 것들이 기술의 진보는 이루었을지언정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지는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앞으로 펼쳐질 무궁무진한 기술의 세계 또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보다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사피엔스 종은 물론 나라는 인간이 왜 이러한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으며 왜 삶을 힘들어하고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살게 되었는지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나의 이러한 고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구나 하고 편하게 생각하게 되어 위안도 얻었다. 이 책은 어떻게 해야 나를 끌어당기는 거대한 힘에 맞서 보다 비판적 시각을 가지며 자주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도 제공한다. 또한 다가올 미래를 어떠한 생각으로 맞이하고 준비해야 할지, 거창하게는 앞으로 인류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도움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내용 자체는 재미있고 크게 어렵지 않아 읽는데 많이 힘들진 않지만 분량이 워낙 방대하여 다 읽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만한, 우리들이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대작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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