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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고민을 즐겁게 해결하다

<1일 1줄 가계부>

매달 25일, 카드 값 결제일은 내가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다. 크게 돈을 쓴 기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 달 명세서에 적힌 금액은 그야말로 어마 무시했다. 차라리 돈을 쓰며 나의 삶이 윤택해졌다고 느꼈다거나, 돈을 쓰며 내가 큰 행복을 느꼈다거나, 돈을 쓰며 그간 열심히 산 삶에 대해 큰 보상을 받았다거나 했던 기억이라도 있었으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우선 가계부로 나의 지출을 모두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쓰는 돈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했다. 4월 총지출 9,405,541, 5월 지출 6,030,634…. (4월엔 내 생일이라고 가방을 하나 질렀더랬다….)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이기 시작하자 6월 지출 3,006,721, 7월 지출 2,630,420, 8월 현재까지 지출을 3,033,280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나의 삶이 피폐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카드 결제 일에 겪는 스트레스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매일매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아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자 괜히 먹고 싶은 것도 많아지는 느낌이었고 24시간 배가 고프기도 했다.     


이렇게 지출을 줄이며 비인간적으로 사느니 수입을 늘려야겠다고 결심한 나는 (공무원이라 투잡은 불가하다 ㅠ) 처음으로 ‘존 리의 부자 되기 습관’, ‘대한민국 청약지도’, ‘주식 투자 무작정 따라 하기’와 같은 책을 구입해 읽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나 주식, 청약은 나의 성향에 맞지 않은 것이었고 덜컥 시작하기엔 두려움이 앞섰고 어려웠다.     


그러던 중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1일 1줄 가계부’라는 책이 생각이 났고 큰 기대 없이 책을 구매해 읽기 시작했다.     


결론은 정말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요즘은 읽는 책마다 실망스러워 이렇다 할 책 리뷰도 남기지 않았었는데 이 책은 다 읽자마자 리뷰를 남기게 될 정도로, 감히 말하건대 누구에게나 유익한 책이 되리라 확신한다.     


한 항목만 아낄 것!

이 책의 핵심은 줄이고 싶은 항목 한 가지를 정해 그 항목에 대해서만 하루 한 줄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한 달의 지출 내역을 보면 내가 어떤 것에 불필요한 지출을 하고 있는지 보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집 근처 마트에서 쓰는 비용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항목을 찾은 뒤 그중에서 필요한 소비는 무엇이고 불필요한 소비는 무엇인지도 찾는다. 나의 경우는 마트에서 쓰는 비용 중 맥주를 사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았고 이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맥주라는 품목을 정했으면 이에 대한 금액을 줄일 것인지 횟수를 줄일 것인지를 결정한다. 횟수로 결정했다면 마트에서 맥주를 사는 것을 10번에서 6번으로, 금액을 줄이기로 했다면 마트에서 사는 맥주의 횟수는 기존대로 유지하되 매번 2병씩 사던 것을 1병으로 줄이는 식이다.     


무작정 아끼려고 하지 말 것!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밥도 직접 차려 먹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으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돈을 아끼기 시작하면서 외식비를 줄이고 무조건 집 밥을 해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다. 맞벌이에 어린 아기를 키우면서 밥까지 차려먹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결국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엄청난 죄책감이 몰려왔다. 나는 이 책이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 특히 크게 와 닿았다.     


절약이란 내가 진짜 원하는 곳에 돈을 쓰는 것!

나는 이 책을 통해 절약에 대한 의미도 다시 새기게 되었다. 1일 1줄 가계부의 전제는 월급에서 일정 금액은 저축을 하여 묶어둔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매달 50만 원씩을 저축에 묶어둔다. 이렇게 저축을 하고 남은 돈은 내가 죄책감을 가지지 않고 마음대로 써도 되는 돈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축 후 남은 돈에서 1일 1줄 가계부 활동으로 돈을 절약했다고 하자. 예를 들어 맥주 비용을 절약하고 7만 원이 남았다면 이는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곳에 쓸 수도 있고 저축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매달 가계부를 쓸 때엔 내가 돈을 절약해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함께 기록한다. 나의 경우는 ‘맥주 비용을 절약한 돈으로 호텔 애프터눈 티 세트 먹으러 가기’라고 적었다. 이런 방법은 절약을 단순히 괴로운 것으로 생각하게 하지 않고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쓰여서 술술 읽히고 읽는 내내 공감이 많이 갔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고통과 인내를 통한 절약이 아닌,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절약의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돈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누구에게나 부족할 것이다. 돈 때문에 고민이 없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당신의 이러한 고민을 상당 부분 덜어줄 것이다. 그것도 즐거운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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