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수업 레시피>
그림책, 책이 아니라 예술이네
그림책을 접해 본 일이 얼마만인가. 애가 있는 것도, 저학년 담임을 해본 적도 없었기에 그림책은 나와는 먼 얘기였다. 그러나 작년에 아기를 낳고 올해 1학년 담임을 맡으며 그림책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나는 자라면서 크게 감명 깊게 읽었던 그림책이 없었던 터라 요즘 그림책들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특별한 기대도 없었다.
우와, 그런데 이게 웬걸. 요즘 그림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그 자체였다. 우선 그림이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림들에도 작가들의 개성이 녹아 있는 터라 나중에는 표지의 그림만 봐도 어느 작가님 책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어릴 적 봤던 그림책의 그림들도 이렇게 아름다웠었나 싶다.
그림책의 그림도 완벽한데 내용은 또 얼마나 훌륭하던지.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매주 목요일마다 도서관에서 책 읽기 수업을 한다.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읽은 책 중 전체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은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열기가 매우 뜨겁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나에게 추천해주면 내가 매일 아침 그 책을 전체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이렇게 하면서 나도 엄청 많은 종류의 그림책을 알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 좋은 그림책이 많다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지 싶은 것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깜찍하게 대변한 책, 은은한 울림과 감동이 있는 책 등 널리 알리고 싶은 좋은 책들이 너무도 많다.
한 번 읽고 끝내기엔 아쉬운 책들
교실에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뒤 이야기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등을 간단히 질문하고 끝낸다. 나도 아이들도 책을 읽은 후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여러 가지 생각이나 느낌이 있을 텐데 이 생각과 느낌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곱씹어보고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서 내 속에 붙잡아 두지 못했다. 속에서 요동치는 다양한 생각과 느낌은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그렇게 두루뭉술 덩어리로 존재하다가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분명 나는 아이들과 많은 책을 읽었고 책을 통해 단순히 좋다는 감정 이상의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다른 이에게 그 책들을 추천할 때면 그 책들의 좋은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물론 어떠한 책에 대해 전체적인 느낌으로 두루 뭉술하게 좋다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나는 뭔가 좀 아쉬웠다. 우리들이 일 년 동안 읽은 이 아름다운 책들을 자세히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었다. 언제든 인상 깊은 문장이나 장면들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주저 없이 이야기하고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나만의 생각들을 정리된 언어로 깊숙이 간직하고 싶었다. 시간을 핑계로 대자면 학교 수업 시간 중 책을 읽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었다. 주로 1교시 수업 전 아침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책을 읽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거의 부족했다. 책을 읽은 후 아이들이 느낌을 말하고 싶어 여기저기 손을 들거나 질문이 빗발치는 날에는 1교시 수업 시간을 훌쩍 지나쳐버리기 일쑤였다.
그림책 어떻게 뜯어먹을까
왜 이런 표현이 나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흔히 무엇인가를 낱낱이 파헤치고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내 것으로 만들 때 뜯어먹는다는 표현을 한다. 얼마 전 동학년 선생님들과 내년 교육과정 협의회를 했다. 교장님이 새로 바뀌면서 아침 특색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지침이 내려왔고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학년별로 협의를 하도록 했다. 마침 옆 반 선생님께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하자고 제안하셨다. 한 권의 책을 정해 학교 예산으로 반 전체 인원수만큼 구입하여 학생들에게 준 뒤 이 책을 함께 읽고 모조리 뜯어먹자는 것이었다. 각 반 별로 다른 책을 구입 한 뒤 돌려 읽으면 총 4 권의 책으로 아이들과 재미있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책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옆 반 선생님의 의견이 정말 반가웠다.
그렇다면 하나의 그림책을 어떻게 뜯어먹을 수 있을까. 아이들과 집에서 그림책을 읽어 본 부모, 학생들과 그림책을 읽어 본 선생님들은 알겠지만 그림책으로 다양한 활동을 뽑아내기란 의외로 어렵다. 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일단 아이들이 읽는 책이다 보니 글이 짧고 내용도 단순하다. 또한 옛날 그림책들은 교훈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료했다면 요즘 그림책들은 내용이나 줄거리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어떤 책들은 '엥? 이렇게 끝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린 결말을 두고 있기도 하다. 마치 울림과 은은한 감동을 주지만 막상 그 내용은 정확히 이해되지 않는 단편 독립영화 같달까. 그렇다 보니 그림책으로 활동을 만들어 내기란 사실상 막막한 것이다.
그림책 수업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동화 수업 레시피>는 먼저 그림책에 대한 이해를 정확히 할 수 있는 활동 들을 소개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해 활동이란 단순히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내용을 묻는 사실 질문과, 책 속의 인물이 왜 그러한 말과 행동을 했을지 유추해 보는 질문 등인데 <동화 수업 레시피> 책에는 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책을 이해한 후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을 확장시킨 뒤 내면화할 수 있는 좋은 활동들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 들은 어떤 책을 선택했는지와 그 책의 주제가 어떠한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활동이 좋습니다 하고 대표적으로 소개하기엔 힘들 것 같다.
그림책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나 부모들은 무수히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초등 연령에 따른 추천 도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세부 활동 들을 아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이 책에 나온 작품들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이 책 내용 중 연계하면 좋을 비슷한 작품을 소개한 부분이 가장 좋았다. 책의 저자는 어떠한 작품을 비슷한 다른 작품과 연계하여 또 한 번 생각해 볼 때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생각에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많은 책들 중 비슷한 책을 찾기란 어려운 것이다. 하나의 예로 나는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 선녀님>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작품과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을 찾으라고 하면 언뜻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동화 수업 레시피> 책을 통해 비슷한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되었고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얻었다.
처음에는 이 책에서 제시한 작품들로 책에 나온 활동들을 따라 그림책 읽기를 하다 보면 나중에는 나만의 노하우와 내가 수업하고 싶은 책들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우선은 <동화 수업 레시피>를 성실히 따라 볼 생각이다. 그림책 지도를 앞둔 선생님, 그림책 지도가 막막한 선생님, 좀 더 깊이 있는 책 지도를 하고 싶은 선생님들께 추천하는 책이며 집에서 아이와 그림책으로 제대로 놀아보고 싶은 부모에게도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