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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Erika Jul 08. 2023

나는 왜 이 관계 속에서 불행할까

'관계'에 관한 팩트 폭격기


내가 아등바등 애쓰지 않으면 손에 쥔 모래알처럼 흘러 날아가버릴 것 같은 관계.

구걸하듯 애원하거나 어르고 달래거나 애원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을 것 같은 관계.

상대방은 원 없이 쏟아내는데 나는 매번 삭히고 참아야만 하는 관계.


말할 것도 없이 이런 관계는 비참하기 그지없다. 순간은 즐거운 때가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이 관계 속에서 과연 내가 행복할 것인가는 사실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당장에 이런 사람을 끊어내고 정리할 수 없는 것일까?

왜 나는 매번 이 "독" 같은 관계를 애써 변호하고 합리화하면서 오랜 시간 고통받기를 자처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고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내가 상대로부터 원하고 바라는 기대가 있으며, 얻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쉬운 말로 관계를 끊어냈을 때 아쉬운 쪽이 나라서 그렇단 소리다.

내가 전혀 아쉬울 게 없다면 관계를 멈추고 정리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아쉬운 것"이라 함은, 어떤 감정적인 의지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의존일 수도 있고, 섹스일 수도 있고, 사회적 체면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내가 그 관계로부터 얻고 있는 것이 있고, 관계를 그만두었을 때 잃게 될 그 어떤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정 때문에..."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정' 역시도 나에게 감정적으로 위안이 되건 어쩌건 도움이 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부부, 연인, 친구, 직장 상사나 동료 등, 모든 관계에서 기대하는 것이 없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니 더 아쉬운 쪽이 더 많이 희생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아니겠는가.


이혼을 고민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쉽게 이혼을 선택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혼 후 당장 생활을 혼자 해 나갈 경제적인 자신이 없거나, 자녀를 아빠가 없는 가정에서 키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관계를 끊고 얻게 될 자유보다 유지해서 얻는 이득(경제적인 서포트 + 아이에게 아빠가 있는 가정환경)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고통을 참아내며 관계를 유지하고, 그렇지 않다면 헤어짐을 택한다.


관계 개선의 여지도 있을 수 있지 않냐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개선의 희망" 또한 나의 바람이고 기대다. 개선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조차 "나의 생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를 개선할 열쇠는 관계가 개선되길 희망하는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게 상처를 주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본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방이 개선의 의지와 변화가 없다면 관계는 결코 긍정적으로 나아지지 않는다.


찬찬히, 그리고 냉정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도대체 내가 이 관계에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지?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통스럽지?


나의 기대와 바람은 일방적인 나의 것이지 그 사람의 이 아니다.


내가 바라는 건 정말 "상식적인" 것이라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대단한 것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내가 '상식'이라고 믿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모두 빨간 신호에는 멈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럴까? 신호 위반 단속에 걸리는 수많은 케이스들을 생각해 보자. 모두에게 상식의 기준이 다르며, 그 기준을 해석하는 방식은 더더욱 다양하다.


그러므로 내가 바라는 수준이 정말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오만이다. 그리고 고민하지 않고 관계를 정리하고 나와 비슷한 상식 수준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당신은 이 관계에서만큼은 그렇게 하지 못했고, 아직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는걸까?


이제 인정하자. 모든 것의 일방적인 나의 기대였음을.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비단 인간이라면 모두가 그러하니까.


그렇다면 이런 관계의 불안은 그저 받아들여야 할 인간의 숙명인 것일까?


다행히 극복할 수 있다.

관계 속에서 불행하지 않도록 당신을 지탱해 줄 구체적인 방법,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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