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와 실력 있는 인재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싱가포르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들에게도 혁신적인 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 싱가포르에서 주목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려 한다.
모쉐 사프디 Moshe Safdie
#1 한 국가의 랜드마크를 탄생시키다
#2 로컬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다
싱가포르의 야경 하면 가장 먼저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곳은 아마도 마리나 베이 샌즈이지 않을까.
트럼프 카드놀이를 할 때 카드를 겹쳐 세우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하는 이 호텔은 52도의 각도로 기울어진 세 개의 타워 위에 배가 떠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현실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한국의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옆에는 사진에 빠지지 않고 함께 나란히 등장하는 연꽃 같기도 하고 사람의 손 같기도 한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이 있다. 이 두 건축물은 멀라이언과 함께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디자인한 건축가도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바로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 모쉐 사 피드이다. 자신의 작품이 한 나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처음 이 척박한 땅에 중국인, 인도인, 말레이인 등 다양한 인종이 모여 나라를 일구어낸 것처럼 싱가포르는 ‘외부인’이라는 개념에 기본적으로 관대하다.
무엇보다 재능이 있고 자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재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곳이 바로 싱가포르이다.
외국인이라도 쉽게 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라면 국적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유럽, 미국, 아시아 할 것 없이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한 인재들이 싱가포르를 찾아오고 그들은 싱가포르가 마련해준 캔버스 위에 자유롭게 그들의 아이디어를 그려낸다.
자국민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들의 성공이야기 옆에는 언제나 이 캔버스를 제공해준 싱가포르의 이름이 나란히 함께하기 때문이다. 모쉐 사프디 하면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처럼 말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전 세계적인 관심에 비해 비교적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프디는 샌즈그룹으로부터 마리나 베이 샌즈, 아트사이언스 뮤지엄, 그리고 마리나 베이에 부유하고 있는 크리스털 파빌리온 Crystal Pavilions 세 곳을 함께 의뢰받아 설계를 담당했다.
이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은 그 이름처럼 예술과 과학을 연결시킨다는 의미로 두 장르가 접목된 독창적인 전시를 선보인다. 박물관은 중앙 광장 공간 안쪽에 위치한 두 개의 주요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공간은 조각상 형태의 산책로 위를 감싸고 있고 두 번째 전시공간은 대형 수련원 아래에 위치한다.
박물관의 내부는 철 격자 지그재그 구조와 10 개의 강철 기둥으로 장식되어 있고. 기하학적인 모양은 종종 연꽃과 비교되는데 샌즈그룹 회장 셸던 애덜슨이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환영하는 싱가포르의 손’으로 보이길 바랬다고 한다.
건물의 외부는 고성능 레이싱 요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섬유 강화 폴리머 (FRP)로 덮여있어 부드러운 곡선미를 살리며 밤에 조명을 받으면 더욱더 아름답게 빛난다.
접시 모양의 지붕 형태는 빗물을 모아 오큘러스(원모양의 창)를 통해 흘려보내 박물관의 야외 공기 공간을 통해 폭포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싱가포르처럼 열대성 스콜이 잦은 기후에서는 이 비 또한 좋은 자원으로 재활용되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아름다운 매장 중 하나로 잘 알려진 크리스털 파빌리온은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에서 나와 이어지는 워터프런트 산책로 waterfront promenade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곳에 위치해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물 위에 부유하고 있는 작은 유리섬처럼 보인다.
이 건물은 지상 위로 혹은 수면 위로 보이는 하나의 크리스털과 마리나 베이 샌즈 쇼핑몰에서 지하터널로 연결되는 또 하나의 구조물이 합쳐져 있는 형태이다.
수면 위로 연결된 다리를 통해 접근할 수도 있고 지하에서 바로 이어지는 입구로 들어갈 수도 있다.
건물의 독특한 기하학적 형태는 하루 동안 하늘, 도시 및 물에서 반사되는 다채로운 반영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밤이 되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운영하는 레이저쇼와 함께 싱가포르의 밤을 한층 더 화려하게 장식한다.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는 만큼 낮시간의 내부는 별도의 조명이 필요 없이 자연광만으로 충분하며 탁 트인 실내는 다른 여타 실내 매장과는 다른 쾌적하며 넓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마리나 베이 샌즈의 아이코닉 랜드마크 세 곳을 디자인함으로써 싱가포르에서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건축가가 된 모쉐 사프디는 최근 다시 한번 싱가포르의 중요한 국가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2019년에 완공된 주얼 창이 Jewel Changi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준공된 복합 단지다. 실내 정원과 폭포·호텔·항공 시설을 포함해 300여 개 이상의 음식점·소매점이 입점해 있다.
여행객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그 나라의 얼굴인 공항과 아이코닉 랜드마크 대부분의 디자인을 해낸 모쉐 사피드.
이쯤 되면 그를 싱가포르의 대표 건축가라고 불러도 될 듯 같다.
참고 Safdie Architects
https://www.safdiearchitec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