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가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연이어 탄생시킨 사프디이지만 사실 그는 로컬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건축가이다. 우리 삶의 근본이 되는 거주지에 대한 관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에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새로운 주거 형식을 제안한다.
모쉐 사프디는 이미 1967년 몬트리올 월드 엑스포에서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공동주택 ‘Habitat67’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알렸다.
그는 학생 시절 연구여행 장학금을 받아 북미지역의 주거지를 연구하게 되었고 뉴욕, 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에 있는 공영주택과 고층건물들을 보았다. 빽빽하게 들어선 개성 없는 회색의 건물들, 그리고 그곳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아파트 건물을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아파트를 새롭게 디자인해서 각 세대마다 질 높은 주택을 만들어주자고 결심했다.
지중해와 중동 지역의 언덕마을과 흡사하게 이 아파트는 유기체적인 구조, 단순한 색의 벽, 그리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중정원을 갖추었다. 사프디는 이 건축을 통해 답답함과 획일성으로 특징지어지는 현대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한 자신의 바람을 반영했다.
일종의 미래형 주택으로 구상됐던 이 건축물은 몬트리올의 성 로워렌스 강의 항구에 인상적인 모습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Habitat 67은 사프디에게 왕립 캐나다 건축협회의 골드메달을 가져다주었고 ‘죽기 전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선정되며 역사적인 건축물이 되었지만 아쉽게도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그런 그에게 싱가포르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하얀 캔버스였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어주고 그의 비전을 격려해주었다. 급격히 성장하는 국가라면 으레 그러하듯 싱가포르 또한 비슷비슷한 직사각형 모양의 고층아파트가 대부분이었고 사프디는 다시 한번 이곳에서 자신의 대표작 Habitat 67를 재현시켜보고자 했다.
다만 이번에는 이 화려한 도시국가에 어울리는 조금 더 미래적인 형태로.
모쉐 사프디가 디자인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이 콘도미니엄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싱가포르의 공공아파트인 HDB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이상 비싼 콘도미니엄들이 우후죽순 개발되는 상황에서 스타 건축가의 이름은 마케팅 요소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싱가포르의 녹음이 무성한 주거지역인 Bishan에 지어진 이 독특한 형태의 건물은 총 38층이라는 높이에 걸맞게 Sky Habitat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프디가 질 높은 거주지의 조건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투과성과 개방성을 실현하기 위해 대부분의 집이 개인 발코니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옥상의 테라스와 정원을 갖추었다.
두 빌딩이 연결된 독특한 구조는 열대 기후인 싱가포르에서 공기 흐름을 최대화하기 위한 설계이다.
Sky Habitat는 본인의 시그니처 작품을 새로운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모쉐 사피드 본인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으며, 싱가포르 사람들에게도 일상생활에서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참고 Safdie Archit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