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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Dec 02. 2019

아방가르드한 콘도는 이런 것 - 자하 하디드

누군가의 업적을 소개할 때 ‘최초의’, ‘최고의’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이 가끔은 진부한 표현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엇인가를 최초로 해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며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Zaha Hadid© Steve Double

이라크 출신의 건축가로 2004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건축 최고의 상인 프리츠커 건축상 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는 어쩌면 그녀의 작품보다도 ‘여성 최초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더 잘 알려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이 상은 “건축 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뛰어난 결합을 보여주어 사람들과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한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하얏트호텔 체인을 소유한 하얏트재단 전 회장인 제이 A. 프리츠커 부부가 1979년에 제정한 이후로 오스카 니마이어, 루이스 바라간, 안도 다다오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DDP ©Virgile Simon Bertrand

‘여성 최초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라는 수식어 외에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그녀의 수식어는 아마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를 디자인한 건축가일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DDP 프로젝트였지만 거대 담론은 다 차치하고라도 그녀의 작품과 한국, 서울이 함께 거론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자하 하디드는 지명초청 현상설계에서 '환유의 풍경 Metonymic Landscape'이라는 주제로 당선되어 설계를 담당하였고, 2009년 4월 착공 후 2014년 3월 완공되었다. 


DDP ©Virgile Simon Bertrand
DDP 내부©Virgile Simon Bertrand

건물 내외부에 벽이 없는 유선형의 디자인이 아름답다. 

자하 하디드의 시그니처인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DDP 외벽 ©Virgile Simon Bertrand


하디드는 직선이 배제된 유선형 디자인, 대칭이나 비례 같은 기존 건축 개념을 깨는 비정형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또 그는 건축뿐만 아니라 실내 디자인, 또한 루이비통, Georg Jensen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독자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왔다. 

자하 하디드 x Georg Jensen © Georg Jensen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6년 3월 기관지염 치료를 위해 머물던 미국 마이애미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타계한 후 많은 언론매체에서 애도의 뜻을 표하며 다시 한번 그의 작품들을 조명하는 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로젠탈 현대미술센터(1998), 런던올림픽 수영장(2012), 중국 광저우 오페라하우스(2012),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주경기장 등 굵직굵직한 대표작을 가지고 있는 하디드이지만 싱가포르에서 그녀가 선보인 첫 작품은 d'Leedon이라는 이름의 레지던스, 콘도미니엄이었다.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싱가포르답게 자칫 동떨어져 보일 수 있는 그의 디자인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d'Leedon ©Aaron Pocock
d'Leedon ©Aaron Pocock

Farrer Road를 바라보고 있는 이 콘도미니엄은 12 개의 세미-분리형 빌라와 7동의 36 층짜리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얼핏 하디드의 디자인치 고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단순해 보이지만, 각 타워는 아래층으로 내려올수록 좁아지며 땅에 다다라서는 펼쳐진 꽃잎 모양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부분이 프라이빗 정원이 되고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공동으로 사용되는 공간은 바위, 숲, 물, 산기슭과 초원, 녹지대 등 산의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하디드의 방식으로 마무리되었다. 

d'Leedon ©Hufton+Crow

D' Leedon 프로젝트를 위해 Zaha Hadid Architects는 디자인의 각 요소를 다시 생각하고 개성, 차별화 및 연속성의 개념을 모아 대규모 주택 디자인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고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d'Leedon ©Hufton+Crow

콘도는 놀랍게도 총 300개의 다른 타입의 유닛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같은 디자인이 아닌 각각의 유닛 타입이 변화하는 구성은 지형의 조건, 내부 조직 및 구조에 개별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특별히 제작된 콘크리트 셔터 시스템은 각 타워의 고유한 곡선 형태의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 

외부 벽은 부드러운 콘크리트 패널로 감싸 져 있고 콘크리트 발코니와 내닫이창은 현장에서 굳히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d'Leedon ©Hufton+Crow

타워들 사이에는 스파, 짐, 테니스코트,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상점과 레스토랑, 바비큐 핏, 대나무로 만들어진 미로도 함께 설치되어 있다. 


D’Leedon은 싱가포르 보타닉가든 가까이, 모쉐 사프디의 Sky Habitat와 올레 스히렌의 The Interlace콘도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One North Masterplan ©Zaha Hadid Architects
One North Masterplan ©Zaha Hadid Architects
One North Masterplan ©Zaha Hadid Architects
One North Masterplan ©Zaha Hadid Architects

또 다른 하디드의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 2001년에 시작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싱가포르의  One North라는 지역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이다. 

싱가포르의 Science Hub Development(SHDG)와 Jurong Town Corporation (JTC)가 디벨로퍼로  R&D, 하이테크 클러스터, 바이오메디컬 과학, ICT, 미디어 산업 등의 전문 복합단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가까이에는 싱가포르의 국립 대학교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NUS), INSEAD, 싱가포르 기술원 Singapore Institute of Technology (SIT)과 싱가포르 과학공원이 위치하고 있다. 

전 싱가포르 부총리 Tony Tan Keng Yam은 이 플랜을 ‘글로벌 탤런트 허브’ 프로젝트라고 하며 많은 기대를 표현했다. 

싱가포르가 국가 전체를 철저한 계획과 디자인으로 아이코닉한 인공적 경관을 만들어낸 것처럼 이 마스터플랜 또한 각각의 유닛이 모여 하나의 도시의 형태를 이룰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자하 하디드는 아쉽게도 이 프로젝트의 완성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녀가 말처럼 One North의 마스터플랜을 통해 아방가르드 건축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참고 Zaha Hadid Architects 

http://www.zaha-hadi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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