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리카 Dec 02. 2019

빌딩이 꼭 수직일 필요는 없다 - 올레 스히렌

그는 대중이 좋아할 이야기 요소를 갖추었다. 

모델 같은 외모,  세계적 배우와의 연애 스캔들 - 독일인이지만 베이징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그의 제국을 차근차근 건설해 나아가고 있는 올레 스히렌 Ole Scheeren은 스타 건축가라는 표현의 이중성을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건축가이자 건축공학 교수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이미 14살 때부터 그의 아버지의 스튜디오에서 가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고 21살 때 이미 첫 건축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스무 살 때 중국의 시골마을을 여행하며 로컬 사람들과 지냈던 경험이 이후 아시아로 그의 거점을 옮기는 것에 영향을 끼쳤다. 

Ole Scheeren©Gene  Glover

그 후 독일, 뉴욕, 런던에서 일한 후 올레 스히렌은 로테르담의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OMA)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한다. 2002년에 파트너와 베이징 오피스의 이사가 된 후 그는 아시아 비즈니스의 총책임자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전두 지휘하게 되었다. 

대표작으로는 렘 콜하스와 함께 디자인해 완공까지 8년 동안을 몰두한 중국판 피사의 사탑이라고 불리는 중국 중앙 텔레비전 CCTV의 사옥이 있다. 

CCTV by Rem Koolhaas and Ole Scheeren © OMA

CCTV 사옥으로는 2008년 국제 건축상, 베스트 뉴 글로벌 디자인상을 수상, 뉴요커지가 선정한 건축가 10 베스트에 선정되었다. 2010년, 스히렌은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사무소 Büro Ole Scheeren Group를 시작하며 본인의 아시안 프로젝트를 계속해 나간다. 


The interlace © Iwan Baan
The interlace © Iwan Baan

그런 그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싱가포르에 새로운 형태의 주거단지를 제안한 복합단지 ‘인터레이스 interlace’이다. 스히렌은 CCTV 사옥이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이라는 행사를 준비하며 세계적으로 뻗어가는 시기의 상징이란 의미에서 특별했다면, 반대로 인터레이스는 원형으로써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The interlace © Iwan Baan

‘꼬이다’, ‘엵다’라는 뜻의 interlace라는 이름처럼 이 주거단지는 기존의 직사각형 모양의 아파트가 아닌 특이하게도 각각의 빌딩이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으로 마치 아이가 블록 쌓기를 한 것처럼 보이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The interlace © Iwan Baan

실제로 스히렌은 블록 쌓기 높이인 젠가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고 한다. 

각 빌딩을 수평으로 눕힌 다음 배열함으로써 각 빌딩이 결합되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그 공간을 스카이가든과 루프 테라스 등의 공용공간으로 사용한다. ‘수직 고립’ 상태의 현대 아파트의 구조가 아닌 ‘수평 교류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고 싶었다는 그의 표현처럼, 업무차 직접 인터레이스를 방문했을 때 많은 주민들이 다양한 공용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며 친근하게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The interlace © Iwan Baan
The interlace © Iwan Baan

육각형 모양으로 배치된 각각의 빌딩은 거주자가 프라이버시와 공동 공간의 균형감을 갖게 함으로써 개인 공간을 유지하는 동시에 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인구 밀도가 높아 공간과 프라이버시를 누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그에 대한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인터레이스’로 스히렌은  2010년 아시아 퍼시픽 Property Awards에서 최고 건축가상을, 2015년 세계 건축박람회에서 ‘올해의 건축물(Building of the Year)’ 을 수상하였다. 

싱가포르 관광청에서는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꼭 방문해야 할 건축물의 하나로 인터레이스를 선정하기도 했다. 


Ole Scheeren © Gene Glover

무엇보다 인터레이스는 스히렌의 개인적 의제의 상징적인 프로젝트이다. 그는 어디까지가 한계인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물이 그곳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과 환경에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이 독특한 설계의 구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결국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성시켰고, 연이어 싱가포르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DUO Development ©Iwan Baan

그 프로젝트의 이름은 DUO Development. 

말레이시아 정부와 싱가포르 정부 간의 첫 조인트 벤처에서 발주한 이 프로젝트를 스히렌이 본인의 이름을 걸고 총괄하게 되었다. 그는 마주 보는 외팔보 모양의 돌출부로 서로 인접한 두 개의 타워를 건설하여 이 역사적인 벤처 기업의 복잡한 상징적인 중요성을 정의하고자 했다. 

DUO Development ©Iwan Baan

가늘고 좀 더  높은 쪽의 타워는 주거용 아파트 건물로, 작은 쪽의 타워는 사무실과 5성급 부티크 호텔인 안다즈 호텔 바이 하얏트 건물로 사용된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양국의 정부 관계자는 어느 건물이 어느 나라를 대표하는지 알고 싶어 했지만 스히렌은 이 프로젝트는 어느 한쪽이 어느 건물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것이 아닌 공존에 관한 것이니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유쾌한 웃음으로 마무리되었다고)

DUO Development ©Iwan Baan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 독특한 벌집 모양의 거대한 두 빌딩이 점점 모습을 갖추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은 대체 저 빌딩은 어떤 모습으로 완공될지, 어떤 용도의 건물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완공된 후에는 부티크 호텔 안다즈 호텔의 이름과 함께 자연스레 그 독특한 벌집 모양의 빌딩을 설계한 건축가 올레 스히렌의 이름이 다양한 매체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DUO Development ©Iwan Baan

가장 큰 특징으로 언급되는 벌집 모양의 깊은 6 각형 프레임은 태양으로부터의 정면을 가리도록 설계되었으며, 타워의 오목한 정면은 아래의 공공 공간을 냉각시켜 더운 싱가포르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기후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 DUO의 두 타워는 오목한 곡선 벽이 여러 개 있어, 타워는 서로에게뿐 아니라 인접한 다른 건물에게도 오픈된 형태를 하고 있는데 스히렌은 이렇게 함께 모인 빌딩들이 전체의 큰 그림을 재구성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웃한 환경과의 공생 효과가 있길 바란다고 한다. 

DUO Development ©Iwan Baan

빠르게 변화하며 성장해나가는 아시아에서 그 흐름과 함께 본인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올레 스히렌에게는 싱가포르는 앞으로도 매력적인 캔버스가 될 듯하다. 


참고 Büro Ole Scheeren 

(http://buro-os.com/)

매거진의 이전글 아방가르드한 콘도는 이런 것 - 자하 하디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