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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Dec 02. 2019

빌딩 숲 속 나무 한 그루 - 이토 토요

Capitagreen© Patrick Bingham-Hall
Ito Toyo©phaidon

이토 토요 Ito Toyo. 

왠지 한 번쯤은 어느 한 일본 드라마에서 봤을법한 친근한 인상의 그는 일본의 반 시게루, 안도 타다오, 탄게 켄조 등과 함께 일본인으로서는 6번째 프리츠커상 수상자이다. 그가 2013년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반응이었다. 


2011년 도호쿠 지방 대지진과 쓰나미가 많은 아픔을 남긴 센다이에는 이토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미디어테크 도서관이 있다. 현대적인 디자인이지만 환경과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이토의 철학이 잘 드러나 있는 대표작이다. 

Sendai Mediatheque©Ito Toyo

지진과 쓰나미로 대부분의 건물들이 무너지고 타격을 입은 가운데서도 미디어테크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센다이 시민들의 자긍심의 상징이 되었다. 

Capitagreen© Patrick Bingham-Hall

여기, 또 하나의 상징적인 건물이 하나 있다. 

싱가포르의 비즈니스 중심지역인 래플스 플레이스 Raffles Place의 빽빽한 빌딩 숲 사이에서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 조금 독특한 빌딩이다. 유리 외벽의 반 이상이 푸르른 식물로 덮여있고 빌딩 위쪽으로는 붉은색의 뾰족한 꽃봉오리 같은 조형물이 솟아나 있다.  


비슷비슷한 회색빛 오피스 빌딩들 사이에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가 홀로 서있는 듯한 모습이다. 

Capitagreen© Takenaka Corporation

이렇게 고유한 색깔을 뽐내며 고고히 서있는 빌딩의 이름은 캐피타 그린 Capitagreen. 

싱가포르 정부의 그린&스마트 시티 플랜에 따라 친환경적 디자인을 강조한 빌딩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그중에서도 캐피타 그린은 일본 대기업 미츠비시 부동산과 이토 토요의 합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VivoCity ©Ito Toyo
NTU Residential hall ©Ito Toyo

이토는 이미 싱가포르에서는 거대한 우주선과 같은 모습의 쇼핑센터 Vivocity와 싱가포르의 명문 공대 NTU(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의 레지덴셜 홀을 설계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캐피타 그린에서는 그가 생각하는 건축물이 갖는 책임감에 대해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성공적이었다. 


캐피타 그린 빌딩은 싱가포르 정부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국가개발부에서 수여하는 그린마크 플래티넘 Green Mark Platinum이 붙었고 세계 초고층 도시건축학회(Council on Tall Buildings and Urban Habitat )의  2015년 베스트 고층빌딩 어워드를 수상했다. 

많은 현지 매체에서는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해 앞으로 표방해야 할 설계이며 비즈니즈 구역 CBD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빌딩이라고 예찬했다. 

캐피타 그린 ©STRUTS Building Technology

빌딩의 옥상에 있는 붉은 조형물은 앞서 본 야경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꽤나 눈에 띄는 존재이다.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그것의 역할을 모른다면 의아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츠비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원래는 다른 색이었지만 오너인 싱가포르 기업의 요구에 따라 붉은색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렇게 존재감을 뽐내는 이 조형물은 사실은 환풍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옥상에 설치된 녹색 정원과 함께 옥상에서 사무실 바닥으로 시원한 공기를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Capitagreen© Patrick Bingham-Hall

건물 외벽은 이중의 유리 스킨으로 되어있어 태양이 작열하는 싱가포르의 낮시간 동안의 열 흡수율을 26퍼센트까지 낮춰준다.  캐피타 그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반 이상을 뒤덮고 있는 녹색식물은 이 빌딩을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이게 한다. 


이토는 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가 하나의 거대한 녹지였던 때를 생각하며 인간에 의한 도시개발이 잠식한 그것을 다시 되돌리고자 했다고 한다. 

Above Below Beneath Above©Ito Toyo

건물 입구에는 건물 전체의 나무형태를 이어 뿌리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설치는 독특한 작품세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출신의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이 맡았다. 


주로 자연현상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감상하는 관객들과의 관계를 중요시 생각하는 엘리아슨과 언제나 건축물이 환경에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는 이토, 이 둘이 이루어낸 하모니이다. 

Above Below Beneath Above©CapitaLand

이 유려하게 뻗은 나무뿌리들은 밤이 되면 반짝이는 조명을 밝히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강가나 늪지에서 뿌리가 지면 밖으로 나오게 자라는 열대 나무인 맹그로브의 모습이다. 


이토는 20세기에 유행했던, 인간이 자연을 컨트롤하려고 했던 모던 건축의 시대는 끝났다고, 앞으로는 건축물과 자연이 공생하고 상호 교류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싱가포르 빌딩 숲 속의 거대한 나무 한그루를 심은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참고

 Toyo Ito & Associates, Architects

http://www.toyo-ito.co.jp/

The Straits Times 

https://www.straitstimes.com/lifestyle/home-design/toyo-itos-big-tree-in-the-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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