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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Dec 02. 2019

빛의 건축가가 지은 럭셔리 콘도 - 장 누벨

Nouvel 18 @ Nouvel 18

성당 창문의 스테인드 글라스 사이로 새어 나오는 영롱한 빛, 수면에서 반짝이는 태양, 평화로운 오후 거실을 따스하게 비추는 햇살. 

누구나 한 번쯤 멍하니 그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분석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감상하면 된다. 


하지만 건축에서 그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건축가의 철저한 노력이 존재한다. 


‘빛의 건축가’라는 타이틀이 이다지도 잘 어울리는 이가 있을까.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 Jean Nouvel이다. 

Jean Nouvel ©New York Magazine

교사인 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장 누벨은 그가 교사나 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라는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예술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만난 미술 선생님의 영향으로 화가를 꿈꿨다. 하지만 반대하는 부모 때문에 차선책으로 건축을 공부하게 되고 그의 첫 의도와는 다르게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런 누벨에게 처음으로 강렬한 감동을 준 것은 종교적 건물들이었다.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을 통과한 빛이 실내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모습에 그는 매료되었다. 사르트르, 생트 샤펠,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들 또한 그에게는 큰 영감이었다. 

그가 훗날 ‘빛의 건축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Louvre Abu Dhabi © Ateliers Jean Nouvel
Louvre Abu Dhabi © Ateliers Jean Nouvel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아부다비에 생기는 그 첫 해외 분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뉴스이지만 사디야트 섬 9만 7000㎡ 규모 부지와 55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총 공사 기간 10년이 걸린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그 신비로운 모습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 역사적인 건물의 설계를 맡은 것은 루브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또 하나의 프랑스의 자랑, 장 누벨이었다. 

Louvre Abu Dhabi © Luc Voegly
Louvre Abu Dhabi  천장 구조© BuroHappold Engineering

실내는 돔 천장의 복잡한 기하학 구조 사이로 다양한 크기와 각도로 들어오는 빛이 마치 실내에 비가 내리는 듯한 효과를 자아낸다. 그래서 그 이름 또한 ‘빛의 비 Rain of Light’.이다. 


자신에게 빛은 물질이며 재료라고 하는 누벨의 건축은 빛과 함께 변화한다. 

햇빛에 따라 변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건물의 내부 조명에 의해서도 다양한 모습이 된다. 



2018년도 싱가포르에서 평당 가장 비싼 콘도미니엄에 이름을 올린 곳은 Le Nouvel Ardmore. 

약 112평의 펜트하우스가 1,68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37억 원)에 매매되었다. (2015년에는 알리바바의 공동창업자가 한 채를 구입한 것으로 로컬 매체에서 이슈가 되었다). 


싱가포르의 파크에비뉴를 표방하는 지역인 나씸-아드모어 Nassim-Ardmore에 위치한 이 럭셔리 콘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장 누벨이 콘셉트부터 설계까지 맡았다. 

Le Nouvel Ardmore @AJN
Le Nouvel Ardmore @AJN
Le Nouvel Ardmore @AJN

장 누벨을 선두로, 조명 디자인 사무소 L'Observatoire International의 창립자이자 저자인 프랑스 출신 조명 디자이너 Herve Descottes가 조명을 담당했고, 싱가포르 대통령상을 수상한 일본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케부치 코이치로 Ikebuchi Koichiro가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Wallpaper*에 소개된 내부 인테리어@ Jovian Lim
Wallpaper*에 소개된 내부 인테리어@ Jovian Lim

르 누벨 아드모어 Le Nouvel Ardmore의 콘셉트는 싱가포르가 하나의 거대한 녹지였다는 것에 착안하여 콘도 부지를 둘러싼 녹지와 조화를 어울리게 하면서도 각각의 유닛이 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흥미롭게도 장 누벨은 싱가포르에서 두 건의 프로젝트를 담당했는데 모두 레지던스 빌딩이다. 싱가포르의 범람하는 콘도미니엄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위해 스타 건축가가 참여한 콘도미니엄이 많이 생겨났지만, 그중에서도 장 누벨의 이름을 건만큼 두 곳 모두 상위 1% 고객이 타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르 누벨 아드모어의 바로 옆에 위치한 누벨 18 Nouvel 18.   

Nouvel 18 @ Nouvel 18
Nouvel 18 @ Nouvel 18

주변 환경을 철저히 분석하고 오롯이 아이디어로부터 설계를 시작한다는 장 누벨의 스타일대로 누벨 18의 형태는 부지인 아드모어 Ardmore와 앤더슨 로드 Anderson Road의 푸른 녹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Nouvel 18 @ Nouvel 18

하늘의 정원이라는 콘셉트로 시작된 스케치가 스카이라운지로 구현되었다.

1년 내내 야외 라운지를 사용할 수 있는 날씨의 싱가포르에서는 최적의 공용공간이다. 

Nouvel 18 @ Nouvel 18
Nouvel 18 @ Nouvel 18

비슷비슷한 모양의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 경제성만을 우선시한 빌딩들이 대표하는 국제주의 양식을 경계하려 한다는 장 누벨에게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 내보일수 있는 싱가포르는 아마도 꽤 매력적인 캔버스가 아니었을까. 


참고

아틀리에 장 누벨  Ateliers Jean Nouvel

http://www.jeannouvel.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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