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편
싱가포르는 역사가 짧아 유서 깊은 오래된 건축물이 많지 않다고 해서 아쉬워하긴 이르다.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장려하는 만큼 과감하거나 혹은 신선한 디자인이 용납되는 -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색다른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번 <싱가포르에서 꼭 봐야 할 건축물> 시리즈에서는 싱가포르라서 가능한 독창적인 디자인들을 다양한 타입별로 소개하려 한다.
1. 싱가포르 난양 기술 대학교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1) The Hive 러닝허브 Learning Hub
줄여서 주로 NTU라고 부르는 난양 기술 대학교는 싱가포르 난양에 있는 국립 종합대학교로 이공계 분야에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명문 대학이다.
싱가포르인들은 “미국에 MIT가 있다면 싱가포르에는 난양 기술대학(NTU)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특히 한국 유학생들도 많이 재학 중이며 싱가포르의 시내 중심에서 상당히 떨어진 서쪽 지역에 위치해있다.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굳이 이곳 NTU를 찾아오는 이유는 2015년에 지어진 하이브(벌집) The Hive라고 불리는 이 러닝허브 Learning Hub 때문이다.
NTU는 캠퍼스 내 건물들을 재정비하면서 기존의 평범하고 지루한 디자인의 캠퍼스 건물 대신 자신들의 학풍과 어울리는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의뢰했다. 런던에 베이스를 둔 헤더윅 스튜디오 Heatherwick Studio에서 설계를 맡았고 리드 아키텍트로는 싱가포르의 로컬 사무소인 CPG Consultants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흔히 대학교 건물에서 볼 수 있는 똑같은 형태의 강의실이 늘어져있는 복도는 NTU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다. 최첨단의 디지털 학습시설 덕분에 어디서든 학습이 가능한 환경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의 학생과 교수가 만나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 벌집 모양의 러닝 허브 Learning Hub에서 만난 학생들이 엄청난 아이디어를 가진 미래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디자인은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형식의 만남과 상호작용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둥근 튜토리얼 룸이 있는 각각의 12개의 타워가 공공구역인 중앙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내부가 점점 좁아진다. 그렇게 사이사이의 공간에는 모서리가 없거나 앞면이나 뒷면이 없는 자습 공간을 만들어냈다.
소그룹 강의와 능동적 학습을 강조하는 NTU의 교육방식에 적합한 모습이다. 교수들은 좀 더 학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은 더욱더 활발히 교류할 수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토마스 헤더윅은 이렇게 아시아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말한다. 또한 지금과 같은 어디에서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정보시대에 물리적인 대학 캠퍼스 공간의 경우 중요한 것은 아마도 학생들이 교류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클라이언트인 NTU가 신선하고 진보적인 신념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함께 작업을 하면서도 매우 즐겁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2) 예술, 디자인 &미디어 학부 건물 School of Art, Design & Media
NTU의 또 하나 흥미로운 건물은 바로 예술, 디자인& 미디어 학부 건물이다.
러닝허브에 참여한 로컬 건축사무소 CPG Consultants가 마찬가지로 설계를 담당했다.
NTU는 약 200헥타르에 이르는 거대 부지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었는데 현재 ADM(Art, Design and Media) 학부 건물이 들어선 이 곳은 폐의 역할을 하기 위해 남겨져 있었다고 한다. 건물을 짓되 처음의 마스터플랜을 보존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이 독특한 계곡 모양으로 겹쳐진 디자인이다.
건물의 핵심 특징은 내부 공간과 외부환경 모두의 투명성과 연결성이다. 입구에서부터 잔디 지붕에 이르기까지 유리로 연결된 공간은 시각적 연결성을 도모하고 학생, 교수들 간의 투명한 의사소통, 상호작용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밤에는 은은하게 조명을 받아 유선형의 유리벽이 더욱더 아름답게 빛난다.
2. 라셀 예술대학교 LASALLE College of the Arts
예술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작품과 같은 캠퍼스를 가진 대학교가 있다.
싱가포르의 젊은이들의 지역인 부기스에 위치한 이 캠퍼스는 작은 박스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그 박스들이 모여 거대한 검은 상자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 별칭 또한 “black box”
이 라셀 예술대학 캠퍼스의 설계를 담당한 것은 싱가포르에서 창이공항을 대표로 국내외 다양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유명 로컬 건축사무소 RSP로 이번 디자인으로 2008년 SIA (Singapore Institute of Architects)의 올해의 빌딩 디자인 상과 대통령 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동시에, 캠퍼스가 도심 한중간에 위치한 만큼 주위의 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해 설계했다고 하는 디자인은 현재 싱가포르 관광청에서 꼭 방문해야 할 건축물로 소개하고 있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싱가포르의 대학들이 앞으로는 또 어떤 흥미로운 캠퍼스들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참고:
Heatherwick Studio
RSP Architects Planners & Engin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