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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이 최종 목표가 될 수 없는 이유

by 에리카

예전에 비해서 해외취업을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워낙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글과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다 보니 더 이상 그저 단순히 '환상'을 가지고 바라보는 분위기는 줄어든 것 같다.

"해외 취업,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 x가지"와 같은 글들이 인기를 얻기도 하고, 점점 우리나라의 근무환경과 인식도 개선되면서 역으로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해외 취업'이란 말이 왠지 모를 핑크빛 환상과 연관된 단어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여전히 많아 보인다. 마치 왕자님과 결혼 한 신데렐라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라는 꽤나 막연한 동화 속 마지막 문장처럼.


나는 싱가포르에서 여성으로서 일을 하며 사는 것에 대한 장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해외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분들을 굳이 등 떠밀면서 나가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 일을 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시는 분들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가 이런 점이 참 괜찮더라고요."라고 전해드리고 싶었다. 나로서는 싱가포르인도 아니고, 정부에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그렇다면 좋겠지만!), 내 돈 내산 후기 같은 느낌이랄까.


인생은 고민의 연속이다. 그게 디폴트 상태라고 생각하면 사실 오히려 편하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 때는 그저 '취업'만 하면 행복할 거라 생각한다. 이왕이면 남들이 알아주는 좋은 회사, 큰 회사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를 물으면 그저 입사만 시켜주면 직무에 나를 맞추겠다는 각오를 당당히 외친다. 꿈의 회사에 입사할 수 만 있다면 그곳에 뼈를 묻을 거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막상 입사해서 맡은 직무가 내 적성과 전혀 맞지 않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매일 출근하는 걸 생각하기만 해도 배가 아프고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업무를 말하는 게 아니라 회사 이름을 말한다. 힘들지만 버티게 해주는 마지막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동화에서처럼 신데렐라가 결혼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실제 삶에서는 결혼이야말로 두 사람의 진짜 이야기의 시작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어느 회사든 들어가서, 이런저런 업무를 직접 해봐야 내가 진짜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알 수 있다. 입사가 끝이 아닌 것이다.막연히 저 회사가 좋아 보여서, 그런 업무를 한다고 말하면 멋있어 보여 서라는 이유로 선택하는 것은 데이팅 앱에서 그저 상대방의 멋진 프로필 사진, 괜찮아 보이는 조건을 보고 결혼까지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만나서 진짜 데이트를 해봐야 이 남자가 나와 맞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나는 유머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식성이 안 맞는 사람과는 못 만나는구나.'처럼 나에게 중요한 요소가 뭔지 알게 된다.


해외취업도 말 그대로 해외에서 취업을 한다는 것 외에는 국내 취업과 다를 바가 없다.

입사를 하고 난 후에 겪는 고민은 똑같다. 과연 이 일이 내 길인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여기에 국내에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됐던 '외국인'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추가되는 것들이 있다. 교포가 아닌 이상 느끼게 되는 언어의 한계, 과연 이 나라에서 내가 계속 살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할지와 같은 고민들.


당신이 부러워하는 인스타그램의 그 'xx의 커리어우먼'도, 블로그의 '해외취업의 달인'도 속으로는 비슷한 고민을 이미 했거나, 지금 하는 중이거나 이미 그 과정을 지나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취업을 했든, 취업비자를 발급받고 첫 출근을 해서 설레는 마음을 포스팅 한 그들도(물론 나를 포함해서) 업무를 하면서 겪게 되는 힘든 점, 고민하는 내용은 국내의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다.


해외취업이 행복한 결말의 동의어가 아니라 '해외에서 취업을 한다'라는 단순한 말일뿐임을 잊지 말자.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이 넓디넓은 세상 어디에서 살든 간에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백수로 살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 아닐까.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언제, 어디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해외취업 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아닌 그 뒷 문장이 어떻게 이어질지를 생각해보길 권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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