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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표는 화려한 마천루로 출근하는 커리어우먼!

by 에리카

어릴 때 즐겨보던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갔다. 역경을 헤쳐나가는 그 모습,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금세 일어서서 툴툴 털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만을 향해 나아가는 가끔은 과하리만큼 단순한 그 모습이 나는 참 좋았다. (나루토의 호카게가 될 거야 선언은 거의 주문 수준이지...) 그리고 가끔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기거나 고민이 생길 때면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라고 상상하곤 한다. 지금 이 사건은 결국엔 이 스토리 전체를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이걸 극복하고 나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말이다. 그다음 챕터에서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 겪고 있는 힘든 상황을 견뎌낼 힘이 생긴다.


첫 직장의 일이 적응되고 나니 단순한 업무에서 좀 더 나아가 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 좀 더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자연스레 이직을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다음 목표로는 싱가포르 경제의 중심, 비즈니스 중심가(CBD라 부른다: Central Business District)인 래플스 플레이스 Raffels Place로 출근하는 커리어우먼인 내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오피스의 위치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전 세계의 글로벌 회사들의 아시아 퍼시픽 본사가 모여있는 비즈니스의 최중심에서 느껴지는 그 활기찬 에너지의 일원이 돼보고 싶었다. 화려한 마천루와 야자수가 어우러지는 그 모습은 월스트리트와는 또 다른, 싱가포르만의 그런 매력이 있었다.

래플스 플레이스 역에서 나오면 보이는 조형물 ©에리카

가끔 래플스 플레이스에 있는 오피스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면 보게 되는 멋진 슈트 차림의 비즈니스맨, 커리어우먼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분주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에 가슴이 뛰곤 했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함께 저 멋진 오피스로 출근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꿈을 꾸기 시작했다.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누군가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하늘을 나는 것도, 멀리 있는 사람과 전화를 하는 것도, 손 안의 작은 기계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상상한 누군가의 꿈에서 시작된 것이다. 방법은 찾으면 된다. 하지만 시작은 꿈을 꾸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꿈을 이룬 나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해야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내가 원하는 것, 원하는 목표를 이룬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곤 했는데 고등학생 때 <시크릿>이라는 책을 처음 읽고는 사실 '다들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었어?'라는 생각을 했다. 시크릿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의 생각에는 엄청난 힘이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도 있고, 파괴적인 삶을 살 수도 있다. 그 힘은 연습하면 할수록 강해지는데, 나는 내가 어릴 적 꿈꿔왔던 나의 미래를 하나씩 이루어갈 수 있는 건 이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어떤 책을 우연히 (나는 모든 경험에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게 되고,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고,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래플스 플레이스의 밤을 밝히는 화려한 마천루 ©에리카

래플스 플레이스에 있는 유명한 호커센터인 라우 파 삿 Lau Pa Sat에서 친구와 함께 시원한 타이거맥주와 사테를 먹으면서 다짐했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반드시 이 화려한 래플스 플레이스로 곧 출근을 할 거야.'라고 주먹을 불끈 쥐고 말이다. 마치 영화 속 그 단순하지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 캐릭터처럼.


그래서... 그 꿈은 이루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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