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떤 상황에 처하면 지금 여기에서 내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않은 부분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그 판단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같아요.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불평하고 슬퍼하는데 쓸 시간과 에너지를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부분에 보태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학생 때는 시험을 치고 나면 이미 치른 시험의 답을 친구들과 맞혀보는 대신 10분이라도 더 다음 시험과목을 훑어보는데 쓰는데 집중했어요. 얼마나 맞든 틀리든 이미 지난 시험이니 여기서 내가 더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없으니까요. 게다가 많이 틀리기라도 한 경우에는 괜히 풀이 죽어서 다음 과목도 망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주위 친구들이 "야, 23번 답이 4번이래!", "아~처음 찍은 1번으로 할걸!" 하고 시끌벅적 한 분위기라도 동요하지 않고 요점정리를 해놓은 노트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사실 항상 벼락치기 파라서 그 시간에라도 집중을 해야 했던 게 가장 큰 이유지만요. 바꿀 수 없는 지난 시험은 잊고,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는 다음 시험에 집중하는 거죠.
대학생 때는 학교가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였는데 웬만하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제일 좋았어요. 버스나 택시는 차가 막히거나 운전기사 아저씨가 어떻게 운전을 하냐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달라지지만,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온전히 내가 얼마큼 빨리 걷고 자전거 페달을 밟느냐에 따라 빨리 갈 수도 느리게 갈 수도 있는 게 좋거든요. "차가 막혀서 늦었어요."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이 땀이 좀 나더라도 열심히 페달을 밟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속도로 갈 수 있는 자전거가 자유롭게 느껴졌어요.
타고난 좁은 어깨뼈를 늘릴 수는 없지만 근육은 운동으로 붙일 수 있고, 작은 힙은 스쿼트로 키울 수 있죠. 뼈대가 굵다면 최대한 살은 뺄 수 있어요. 내가 노력으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나서 그래도 정말 내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면 그때는 의술의 힘을 빌릴 수 있겠죠. 살도 최대한 빼보지 않고, 운동도 안 해보고 성형부터 하려는 건 개인적으로 반대예요.
어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여기서 내가 노력해서, 내 재량으로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눠봅니다. 그리고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최대한 노력해본 다음에 그래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거나 깔끔하게 포기하는 순서로 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이 방법이 좋은 이유는 내가 납득할 만큼 노력한 후에는 미련이 남지 않거든요. 내가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에서 오는 자신감도 생기고요. 그렇지 않고 외부요인의 탓으로 계속해서 불평을 한다면 바뀌는 건 없는 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는 무력감이 더해지기 때문에 더욱더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갑니다.
사실 대부분의 일은 이렇게 해볼 수 있지만 참 내 맘대로 어떻게 안 되는 건 역시 인간관계, 사랑이 아닌가 싶어요. 상대방의 마음은 열심히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바꿀 수도 없으니까요. 이건 여담이지만 저는 가끔은 내가 남자였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하는데요. 남성들의 경우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여성분에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거기에 감동을 받아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노력할수록 더 그 관계는 어려워지는 게 대부분인 것 같더라고요. 물론 남성분들이라고 해서 노력한다고 해서 다 좋아하는 여성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여성이 노력하는 경우에 비해서는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나요? 남자답다는 평을 듣기도 하고요. (남자는 본능상 자신이 직접 사냥을 하고 싶어하지, 사냥감이 자기 문앞에 셀프로 배달되어 오는건 흥미가 떨어진다고 하는 걸 책에서 본 게 기억이 나네요.)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분들도 너무 열심히 노력할 때는 생기지 않다가, 마음을 내려놓고 포기하려는 순간에 아이가 생기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세상일에는 노력으로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음을 비울수록 신기하게도 더 쉽게 채워진다는 것도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면서 좋은 건, 언제 힘을 쓰고 언제 힘을 빼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조금씩 늘어 간다 것 아닐까요. 테니스 초보는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공은 여기저기 사방팔방 튀어나가고 끝나면 근육통에 시달리지만, 노련한 선수들은 몸에 힘을 빼고 여유 있게 딱 써야 할 때만 힘을 써서 공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처럼요. 물론 저도 아직 프로는 아니지만 적어도 20대 초반처럼 온몸에 근육통이 생길 만큼 힘을 쓰지는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공, 내 라켓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선수의 표정, 응원해주는 사람들, 경기장 옆에 핀 꽃, 꼬리를 살랑살랑하며 지나가는 귀여운 강아지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그 나머지는 마음을 비우고 하늘에 맡기는 것.
그게 바로 행복한 삶의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