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이 잡혀간다는 건
친한 친구들만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뭘 입고, 뭘 먹고, 어떤 집에 사는지, 어떤 성공을 이루어가며 살아가는지를 손가락만 까딱하면 알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건 나만의 중심을 잡는 일인 것 같아요. 분명 나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다른 사람들이 이런 재테크, 저런 투자, 이런 공부, 저런 운동을 한다고 하면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싶고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건가 걱정이 들기 시작해요.
다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고. 영상 하나를 보기 시작하면 끝없이 뜨는 추천 영상에는 "요즘 세상에 이것도 모르고 살면 어떡해요?", "아니, 다들 월 몇 천씩은 버는데 바보처럼 뭐 하는 거예요?"라고 나를 다그치는듯한 내용들이 가득해요. 게다가 요즘은 책도 한 달에 한 권씩 파파팟 쓴대요. 직장을 다니면서도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온라인 강의도 찍고,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고... 저는 하루에 원고 몇 개씩 쓰고 나면 뿌듯해서 오구오구 잘했어 만족하는 수준인데 말이에요.
내가 너무 느린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저렇게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너무 태평한 건가, 요즘같이 빠른 스피드의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림보인가라는 생각이요.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생각을 정리하고 조용하고 고요한 내 동굴 안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져요. 방안이 어지럽혀지는것처럼 흐트러진 머리속을 정리할 시간이 있어야해요. 글을 쓰는 게 저에게는 그 정리정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나는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분명 아~무 문제없이 내 페이스대로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는 걸.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우리 귀여운 강아지 삼식이와 산책도 여유롭게 하고, 부모님과 남동생과 맛있는 저녁도 먹고, 맥주도 한잔하고, 티브이를 보면서 내 마음대로 운동도 하고. 자기 전에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즐겁게 잘 보냈습니다라고 일기를 쓰고, 명상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잠에 드는 그런 소소한 행복한 하루하루.
지금 읽고 있는 책 <뇌과학과 심리학이 알려주는 시간 컨트롤>에서 나오는 내용인데 국가별로, 문화권별로 시간을 생각하는 단위가 다르대요. 삶의 속도도 다르고요. 서유럽, 일본, 한국처럼 경제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시간을 더 짧게 5분 단위로 구분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춰 생각한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죠. 스트레스성 질환도 많고요. 하지만 남유럽, 중동, 지중해 국가는 15분 단위로 시간을 생각하고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시간이 언제나 풍족하다고 느낀대요. “아, 달콤한 인생이여!”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분명 우리 모두는 같은 24시간을 가지고 사는데 말이에요. 참 신기하죠?
마라톤에서 남들이 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면 왠지 나도 스피드를 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내 몸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내 컨디션에 맞춰서 내 페이스대로 가는 게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방법이겠죠. 괜히 무리해서 무릎이라도 다치면 아예 레이스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옆은 보지 않아요.
그냥 한 발 한 발 옮기고 있다는 것에 집중하고 길가에 핀 꽃도 보고 하늘 색깔도 감상하고, 콧노래도 흥얼거릴 거예요. 내 페이스대로 가도 분명 원하는 목적지에 언젠가 도달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지금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