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은 자타공인 나름 긍정의 아이콘인 저도 언제나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에요.
문득 '내가 언제부터 이런 편한 마음으로 살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저는 반에서 이 그룹, 저 그룹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타입이었는데 한 친구가 유독 저를 싫어했어요. 누구나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힘들지만 저는 특히나 '모두와 다 같이 잘 지내고 싶어 하는' 이상한 집착과 욕심이 있는지라 (지금도 이건 포기가 잘 안돼서 힘들 때도 있어요) 나를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괴로웠어요.
그 친구의 존재에 대해서 계속해서 신경을 쓰다 보니 언제부턴가 저 멀리서 그 친구의 목소리만 들려도 괴로워지더라고요.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제가 예민한 성격이다 보니 심지어 배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문득 깨달은 거죠. 정작 나를 괴롭게 하고 있는건 그 친구의 말,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쓰고 있는 나라는걸요.
'아니 내가 왜 저 친구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하고 배까지 아파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어떤 결심을 했던 것 같아요.
누구도 나를 화나게 하고 아프게 할 자격을, 권한을 주지 않겠다고요.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하는 건 자유지만 그것에 반응하는 건 내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감히 네가 나를 괴롭게 해? 내가 허락하지 않으니 넌 그럴 권한이 없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 사람을 용서해서가 아니라 내 정신과 몸의 건강을 위해서 그걸 얼른 흘려보내는 연습을 했어요.
내 마음속에 잔잔한 호수가 있다고 상상하는 거예요. 평안하게 유유히 흘러가는 물결이 평소 상태인 거죠.
그런데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누가 그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그 잔잔함이 깨져요.
나는 그 순간에 선택할 수 있어요. 그 파장이 계속해서 더 커지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 아니면 얼른 가라앉혀버릴 것인지.
누군가가 나를 상처 주거나 기분 나쁘게 하는 행동, 말을 한다면 그것에 대해 똑같이 갚아줄 것인지 그 상황을 벗어나버릴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에요. 저는 가능하면 그 나쁜 에너지에 오래 영향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빨리 흘려보내는 선택을 해요.
그리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일 따위가 내 소중한 하루를 망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나는 기분 좋은 하루를 선택했어.'
잊지 마세요. 어떤 사람도, 어떤 상황도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를 괴롭게 할 수 없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