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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Jan 03. 2021

밴쿠버에서 맞는 2021년 새해- 짧은 생각들

이웃님들 다들 새해  맞이하셨나요? :)


캐나다 입국하는 후기를 쓰다가 일단은 생각부터 정리하고 싶어서 새글을 열었어요.
괜히 장황하게 이야기하는것보다 그냥 떠오르는 것들을 써볼까해요.

안녕, 말로만 듣던 레인쿠버


1. 편하다. 참 편해요.

보통 어디서든  적응을 하는 편이긴 하지만 뭔가 그냥 원래 살던 집에  느낌이에요. ㅎㅎ ...그렇지 않았던 곳을 꼽는게 사실  어렵긴하겠지만 진짜 이번엔 유독  편한 느낌.

2. 비는 오지만 별로 춥진 않네요

레인쿠버라는 별명이 있다는 도시. 겨울은 계속 비가 온대요.

도착한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이번  내내 - 그냥 겨울 내내 비가  예정인것 같은데...31일에 한국은 정말 너무 추웠던터라 그거에 비하면  추운 느낌이었어요.

3. 오후 4시가 되니 깜깜해요

진짜 해가 빨리 지네요. 어차피 해가 제대로 뜨지도 않았지만 ^^; 이제 드디어 저도  악명높은 해가 부족한 겨울을 경험하게 되겠네요. 근데 진짜 한국의 겨울날씨는 진짜 최고인것 같아요. 해가 쨍하면서 공기만 차가운  기분,  상쾌하죠 

4. 캐나다 영어...너무 깨끗해요

싱가포르에 사시는 분들...무슨 말인지 아시죠...ㅎㅎㅎ

진짜 공항에서 직원들이랑 대화하는데 무슨 영어듣기 하는줄.

귀가 깔끔한 느낌... 좋네요.

5. 광고가 좀...촌스러워요 ㅎㅎ

이제 유튜브에도 캐나다 광고가 뜨는데 진짜 너무...1차원적인 광고가...

무슨 제품이면 "Wow! It's amazing!"하면서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연기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So convinient!" 이런 감탄사를 연발하는...뭔가 귀엽기도 하고.

6. 점점 더 비슷한 에너지의 사람들이 제 삶에 많아지고 있어요

정말 감사하고 신나는 일.

이번에 유기견 이동봉사를 하면서 알게  정숙언니, 유학원 대표님, 밴쿠버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보여주는 멋진 커뮤니티들 - 모두 밴쿠버에서의 시작이  자연스럽고 내가 이미 이곳에 속해있다는 느낌이 들게해요.

7. 모든 사람이 살면서 한번쯤 자가격리를 해봤으면 좋겠다 (인터넷 없이)

인류의 모든 문제는 홀로 방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
- 파스칼


자가격리 중인 숙소의 책상이 참 마음에 들어요

물론 가족과 지내는 시간도 소중하고 좋지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지금도 좋아요.

사실 필요하기도 했고요.

자가격리가 끝나고나서 들어가  집도 셰어를 하기때문에 이렇게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는 어려울것 같은데  시간을 이용해서 책도 읽고 생각도 정리할  있어서 좋은것 같아요.

어제 저녁에는 와이파이가 잘 안됐는데, 처음에는 좀 답답하다가 책을 읽는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그 시간이 참 즐겁더라고요. 그리고 여기가 조용한 주택가라 정말 조용해요.

제가 아무것도 틀어놓지 않으면 냉장고의 웅웅하는 소리만 들리는 정도로.

밖은 어둡고 비가 내리고요.

음...이 고요함이 참 좋네요.

 고요함이 답답해지는 순간도 오겠지만 지금은 소중하게 즐겨보려고 해요.
예전에 골굴사에 템플스테이 갔던 때가 생각나요.  때도   속의 고요함이  좋았거든요.


자가격리 숙소는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곳인데 아늑하고 깨끗해서 내집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어떤 낯선 공간도 내가 좋아하는 책을 가져다두는 순간, 바로 아늑해지는것 같아요.

밴쿠버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심연>.


진짜 오랜만에  페이지  페이지 음미하면서 읽은 책이에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문장과 진짜 오랜시간 수련해오신 분의 깊은 내면의 힘이 담겨있는 이야기.

저는 책을 느끼면서? 읽는 편인것 같아요. 책마다 쓰인 종이의 결도 다르고, 두께도 다르고, 디자인도 다르고...그걸 손으로 한장한장 음미하면서 읽는걸 좋아해요. (심연의 종이도 살짝 갱지 느낌이라 더 좋았어요!)


전에는 좋은 문장이 있을때마다 메모를 했었는데 그러다보면 흐름이 깨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모퉁이를 접어둬요. 책을 아끼시는 분들이 보시면 경악하시겠지만 ㅎㅎ

저는 나중에 책을 다시 읽을때 이렇게 손이 많이 갔던 흔적이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내가 진짜 즐겁게 읽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 책은 정말 만남도 운명같았고 내용도 마침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저의 여정에, 그것도 literally 비행을 하면서 읽은거라 더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제 인생책 리스트에 올라간 것 같아요. :)

진짜 소름 돋았던 순간.

저는  맨뒤의  페이지를 보는걸 좋아하는데 출판사업본부장이 무려 제 이름과 같은 정지은.

언젠가 배철현 작가님의 책으로 함께 공부하는 모임을 해보고 싶어요.

이 책과는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혼자만의 생각. ㅎㅎ

행복한 브이 :)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제가 좋아하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포근한 침대에 누워있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새로운 곳에서는 그래도   저녁은 불을 끄고 누우면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그냥 아늑했어요. 감사하죠.

17시간 시차 때문에 적응하기가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새벽 2시정도에 잠이 들어서 푸욱 자고는 9시에 일어났어요. 일어나보니 또 많은 분들의 응원 메시지가 와 있어서 베시시 웃음도 났고요.


짧게 쓴다고 했는데 또 은근 길어졌네요.

제가 그렇죠 뭐 ㅎㅎ  


페이스북에서 알려준 2013년도의 새해.

8년 뒤 2021년 새해는 밴쿠버에서 맞이할꺼라 상상도 못했던 저 때.

 인생은 흥미로워요.


이 글 읽고계신 분들, 다들 2021년은 더 자신을 믿고, 더 응원해주는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시든 스스로가 나를 믿어주는 것이 가장 먼저이니까요.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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