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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Jan 05. 2021

유럽과 소위 선진국에 대한 환상


https://blog.naver.com/jieunerika/222189012143

얼마 전, 싱가포르를 떠난 이유에 대해서 글을 적기도 했고  밴쿠버에 도착해서도 싱가포르 생각이 간간이 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삶에서 하는 모든 경험은 다 나에게 필요했기에 나에게 온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바로 캐나다로 왔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어릴 때의 나였다면 (서구권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던) "와~캐나다~ 선진국~ 모든 것이 완벽하겠지. 우리나라보다 훨씬 살기 좋을 거야. 부정부패도 없고, 인종차별도 없고, 정의롭고 깨끗한 사회겠지!"라는 환상에 부풀어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나는 특히 북유럽에 대한 환상이 강했는데 - 그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에 가깝다고 믿었기 때문.

북유럽에 대한 환상이야 나만 가지고 있겠느냐마는. 전 세계적으로 행복지수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는 게 북유럽이니까. 다큐멘터리도 국내외 필름 할 것 없이 정말 많이 봤었고, 책도 읽었었다.

(베스트셀러인 'The almost nearly perfect people'과 'The year of living Danishly'는 표현이 쉬워서 영어공부도 할 겸 추천해요)


나도 저런 '공정하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사실 여기서만 하는 말이지만, 한국에서 청년 정치인이 되어서 ㅎㅎ 사회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생각으로만 머물렀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무슨 정치냐 싶다)


암스테르담 - 핀터레스트


그렇다면 과연 그 세계에서 행복하다는 북유럽 사람들, '선진국' 사람들의 삶은 완벽할까?

그리고 그들의 사회는 정말 공명정대할까?

물론 특정 부분을 비교하자면 더 나은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문제가 있고,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완벽한 파라다이스는 없다는 것만이 진실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  '아시안'이며 거기에서 나고 자란 교포가 아닌 이민자인 사람도 그 사회에서 같은 수준의 행복을 느끼게 될까? 이 부분은 예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였다.


싱가포르에는 개인 정보를 적을 때 인종을 적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인종과 출신 국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나라는 사람으로 판단 받기 전에 '아시안' 혹은 '아시안 여자'로 판단 받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한국을 떠나 살기 전에는 몰랐다. 싱가포르처럼 동남아 국가나 일부 한국에 호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좋은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사실 그저 단순히 아시안 1로 시작한다.




예전에 나는 어쩌면 막연하게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동경했었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아시안 1/아시안 여자 1로도 적응해서 살기 좋은 (최소한 나쁘지 않은) 사회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 게 조금은 변한 부분인듯하다. 그리고 최소한 중국과 한국의 차이 정도는 아는 사람들과 살고 싶다는 생각.

(네덜란드에서 잠시 지낼 때, 한국도 중국어를 쓰는 줄 알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살아보고 여행을 하며 느낀 건, 인간은 결국 다 비슷비슷하다는 것. 다들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행복을 추구하고, 비슷한 꿈을 꾼다는 것.

다들 안전하고 예쁜 집에서 살고 싶고, 맛있는 것 먹고 싶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고, 세계여행도 해보고 싶고 - 뭐, 그렇다는 것.

겉으로는 세상 쿨해 보이는 유러피안 언니들도(나보다 실제로는 훨씬 어려도 왠지 언니) 다들 좋아하는 남자한테 진심으로 사랑받고 싶고, 연락 까이면 슬프지만 그냥 쿨한척하는 거라는 거.

정도와 디테일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생각한다.

저 사람들의 삶은 나와 다르게 완벽하겠지라는 환상을 버리고 나서 오게 된 밴쿠버.

소위 '선진국'이라는 환상이 없어진 후 선택했기에 조금 더 이 선택에 믿음이 간다고 하면 이상할까. 예전처럼 더이상 하나하나 엄청 감탄하지도 않겠지만, 또 세상 배신 당한 것처럼 실망하지도 않겠지. (이상주의자의 특징ㅋ)

큰 기대 없이, 덤덤하게 준비했고 - 그래서 더 모든 일이 수월하게 물 흐르듯이 진행됐던 것 같기도 하다.

+) 이 글을 적게 된 이유는 내가 가장 사랑하고 흠모하고, 열렬히 원했던! 네덜란드로 갔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이 분의 영상을 보게 되어서.

https://youtu.be/Owi6tSoS5eI


신기하게도 이 분도 네덜란드를 너무너무 좋아했었고, 환상이 있었는데 (똑같이 짝사랑한 남자라 표현하셔서 반가웠음. 게다가 ENFP! ㅎㅎ) 막상 살아보니 실망한 경우라 공감이 갔다.

나는 오래 살아본 게 아니라 환상이 깨진 건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열렬한 짝사랑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두는 게 나은 건가 싶기도 하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일단 지금은 그런 생각!


결혼도 그렇다던데.

너무너무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보다 결혼할 타이밍 + 뭔가 물 흐르듯 진행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고.

기혼자분들, 그런가요? :) 어쩌다 보니 승전 결혼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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