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 건축 전시관 칼럼 #2
서울 도시 건축 전시관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역사, 유산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누군가에게는 지루함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요. 그렇다면 좀 더 역사를, 그리고 문화유산에 대해 재미있고 흥미롭게 배울 방법은 없을까요.
서울 도시건축 전시관이 시민들에게 도시발전과정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좀 더 도시건축을 가까이하고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처럼 밴쿠버에서는 밴쿠버 헤리티지 파운데이션 (Vancouver Heritage Foundation, VHF)이 그 역할을 멋지게 해내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인 VHF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을 보존하는 것 외에도, 시민들이 언제든지 프린트해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별 문화유산 지도, 워킹 투어, 무료 워크숍 등을 운영합니다.
헤리티지, 우리말로는 유산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어떤 것을 유산이라고 할까요?
VHF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우기 보다는 일상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건물, 장소에 담긴 이야기를 마치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하듯 들려줍니다. 건축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디테일을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 인간은 이야기에 끌리는 법이니까요. 밴쿠버 시민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많은 애정과 자부심을 가집니다. 그런 점이 자연스럽게 VHF가 제공하는 ‘헤리티지 하우스 투어’나 ‘밴쿠버 역사 강의’ 등에 높은 참여율로 이어집니다.
100년이 넘는 오래된 주택이라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세월의 흔적을 멋진 것이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 역사를 다른 시민들과 기꺼이 공유하고자 집을 공개하는 오너들이 있기에 하우스 투어가 가능한 것이겠지요. VHF는 매년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헤리티지 하우스들을 선정해 함께 방문해 그곳에 담긴 이야기와 건축적 가치를 알아보는 워킹 투어를 주최합니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그 인기는 여전했습니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VHF의 비결은 아마도 문화유산이란 박물관에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밴쿠버 헤리티지 파운데이션 Vancouver Heritage Found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