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리카 Mar 04. 2020

싱가포르 럭셔리 호텔의 남다른 아트컬렉션 #2 리츠칼튼

싱가포르에는 전체적인 디자인과 틀은 호텔 브랜드의 공식 가이드라인을 따르지만 각 호텔의 곳곳에서 오너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호텔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수준급의 아트 컬렉션을 구경할 수 있는 곳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마리나 베이의 야경 ©Ritz Carlton Millenia
팔각형 창문으로 유명한 욕실 ©©Ritz Carlton Millenia


 <싱가포르 럭셔리 호텔의 남다른 아트 컬렉션> 시리즈 2편에서는 리츠 칼튼 밀레니아 호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독특한 팔각형 창문으로 보이는 마리나 베이의 풍경과 함께 찍는 욕실 샷으로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작품들



여행을 할 때나 미술관을 방문할 때 흔히 듣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부한 듯 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나면 참 실감 나는 이야기이다. 


리츠 칼튼 밀레니아는 호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이다.  


일단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의 규모가 어마어마한 것이 특징인데,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눈길이 뺏겨 대체 저게 뭘 뜻하는 걸까란 호기심이 들게 하는데 일단은 그걸로도 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유명하고 멋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한들 눈에 띄지 않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니 말이다. 

호텔 로비의 CORNUCOPIA ©Ritz Carlton Millenia

가장 먼저 호텔에 들어서면 보이는 거대한 소용돌이 모양의 조각품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무려 3톤에 달하는 이 작품은 미국 현대 미술의 거장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풍요의 뿔 Cornucopia’이다. 


프랑스 칸에서 섬유 유리로 제작된 이 조각품은 호텔의 번영을 상징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인 로비 입구에 설치되었다. 

프랭크 스텔라 ©Hypocrite Design

프랭크 스텔라는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에 큰 변화를 가져온 예술가로 그 업적을 인정받는데, ‘블랙 페인팅(The Black Paintings)’로 불리는 연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센터 앞에 설치된 거대한 고철로 만들어진 꽃 모양의 조형물 ‘아마벨’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리츠 칼튼 밀레니아는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 두 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또 하나는 프랭크 스텔라가 뉴욕의 아쿠아리움에서 본 흰 고래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시리즈 ‘모비 딕 Moby Dick’ 중 하나인 대형 조각품이다. 

모비 딕 ©CN Traveler

미국의 소설가 허만 멜빌 Herman Melville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모비 딕’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한 이 시리즈는 총 138점의 회화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비 딕은 저자인 허만이 실제로 포경선의 선원으로 고래잡이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으로, 세계 10대 소설에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고래의 형상과 거친 파도의 모습을 표현해낸 이 작품은 그 의미에 걸맞게 수영장으로 가는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센스 있는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호텔 투숙객들은 수영장으로 가기 위해 이 곳을 지나가게 되는데 PR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한 번쯤은 이 작품에 눈길이 가게 되고, 어떤 의미인지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 ©christies.com
데이비드 호크니의 Celia ©Nemero

수영장에서 피트니스 센터로 이어지는 복도 벽에 걸린 이 작품은 ‘수영장의 화가’로도 불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셀리아 Celia’이다. 영국 미술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의 1972년작 ‘예술가의 초상’이 생존 작가 작품 최고 경매가인 약 102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리츠 칼튼 밀레니아가 소유하고 있는 작품 ‘셀리아’는 그의 연작 시리즈 중 하나로 영국의 텍스타일 디자이너인 셀리아 버트웰 Celia Birtwell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셀리아는 호크니의 작품 안에서 편안하고 무심한 듯 바닥에 팔을 기댄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개인적으로 셀리아와 패션 디자이너 남편 오시 클락 Ossie Clark 부부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호크니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라면 뜻밖에 선물 같은 전시인 셈이다. 



리츠 칼튼 호텔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시리즈는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유리 공예가 데일 치훌리 Dale Chihuly의 작품들이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과 유기체적인 디자인이 특징인 데일 치훌리의 작품은 유리 공예에 별로 관심이 없는 이라도 자연스레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https://www.flickr.com/photos/merwells/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라고 하면 아마도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호텔 로비에 설치된 ‘피오리 디 코모 Fiori di Como’ 일 것이다. 베네치아의 무라노 섬에서 유리공예를 배운 그는 이탈리아와도 인연이 깊은데 이탈리아의 봄에 피는 화려한 꽃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리츠 칼튼 밀레니아에 설치된 그의 작품은 총 세 점으로 손님들이 체크인을 하는 리셉션 라운지 또한 그의 이름을 따 ‘치훌리 라운지 Chihuly Lounge’로 운영 중이다. 

Sunrise ©Ritz Carlton Millenia

치훌리 라운지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벽에 장식되어 있는 거대한 작품은 무려 100개가 넘는 유리 장식으로 이루어진 ‘일출 Sunrise’이다. 호텔의 동쪽에 해당되는 이 리셉션 라운지에 어울리는 이 작품은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보면 마치 불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Sunset ©Ritz Carlton Millenia

동쪽에 ‘일출’이 있다면 서쪽에는 ‘일몰’이 있어야 짝이 맞을 터. 

조식 장소이자 샴페인 브런치로도 유명한 레스토랑 콜로니 Colony의 안쪽 벽에 설치된 작품 ‘일몰 Sunset’은 ‘일출’과 마주 보는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콜로니 ©Ritz Carlton Millenia

손님들은 식사를 위해 콜로니 입구로 들어서면 시원하게 높게 뻗은 천장과 아치형 구조물 때문에 자연스레 시선이 위로 향하게 되고 그 시선이 모이는 끝에 치훌리의 작품 ‘선셋’이 있다. 


필자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옆 테이블의 일본인 여행자 가족이 앉아 식사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저 장식이 무엇처럼 보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 이 작품은 흥미로운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모습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여행자들이 큰 호텔 브랜드가 아닌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부티크 호텔이나 공유 숙박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더 이상 고급 디자인과 친절한 서비스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지금, 리츠 칼튼 밀레니아 싱가포르의 ‘오너의 취향 공유’는 주목할만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 럭셔리 호텔의 남다른 아트컬렉션#1세인트레지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