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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Mar 04. 2020

그냥 디저트가 아니에요.먹을수 있는 예술이죠:제니스 웡

싱가포르 디저트 아티스트 제니스 웡

2년 연속 아시아 베스트 패스트리 셰프를 차지하다


미슐랭 레스토랑과 수준 높은 바들이 가득한 싱가포르는 전 세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미식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 중심에는 외국인 셰프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여성 셰프, 그것도 패스트리라는 니치 분야에서 활약하는 현지 셰프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 


그래서 더 주목을 받는 이가 있으니, 바로 자신의 이름을 건 동명의 디저트 브랜드로 싱가포르뿐 아니라 런던, 마카오, 도쿄에 이어 2019년 작년에는 한국에도 진출한 제니스 웡 Janice Wong이다. 

제니스 웡 © Vulcan post

싱가포르의 레스토랑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흥미로운 커리어 전환을 했다.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싱가포르답게 고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금융권에 취업하는 것이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다. 제니스 또한 호주 멜버른에 있는 모내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자신은 요리에, 그것도 패스트리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고 진로를 바꾸게 된다.  


세계적 요리 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서 공부한 후 싱가포르에 돌아온 그녀는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홀랜드 빌리지 Holland Village의 아이코닉한 스폿 2am:Dessert Bar를 오픈한다. 

2am: Dessert Bar © Asia Bar

싱가포르에서 인기 거주지역인 홀랜드 빌린지 Holland Village는 특히 서양인 주재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한적한 분위기의 고급 주택가이다. 이렇다 할 관광지는 없지만 트렌디한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으로, 그중에서도 2am:디저트 바는 단골손님이 많다.  

제니스 웡 도쿄 지점 ©in the luggage

오후에 문을 열어 이름처럼 새벽 두 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 디저트 ‘바’는 어른들을 위한 흥미로운 장소이다. 이곳에서는 디저트가 더 이상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된다. 손님들은 디저트를 먹기 위해 이곳에 오고, 메인 디저트라는 장난스러운 콘셉트에 맞는 와인이나 드링크를 페어링해 즐긴다. 


2007년에 오픈한 이 독특한 콘셉트의 바는 새로운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고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었다. 

섬세한 색감과 질감이 특징이다 ©Janice Wong


제니스 웡은 패스트리 셰프와 ‘에더블 아트 edible art(먹을 수 있는 예술)’를 하는 아티스트로 불린다. 그녀의 스타일은 단순히 먹기만 하는 디저트가 아닌 눈으로, 경험으로, 그리고 맛으로 즐기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특히 디저트뿐만 아니라 브랜딩 전체에 화려하고 경쾌한 색감이 사용된 것이 특징으로, 관심이 없는 이라도 제니스 웡의 매장을 지나칠 때면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된다. 

래플스 플레이스 매장 ©Janice Wong
창이공항 매장 ©Janice Wong

제니스 웡의 등장은 싱가포르 요식업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그녀의 예술적 감각을 알아본 다양한 브랜드에서 러브콜을 보냈고, 프라다, 발리, 페라리, 에르메스 등 패션 브랜드에서부터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과 콜라보 작업을 하며 그녀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발리 x 제니스 웡 ©Janice Wong

매년 약 40회에 이르는 프라이빗 혹은 공개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현장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작품을 만들어내는 실험적인 아트 워크숍 또한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니스 웡은 대만의 팥, 일본의 유즈 등 아시아의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서 현재까지 1000개가 넘는 독창적인 레시피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니스 웡 디저트 ©Janice Wong
제니스 웡 ©alchetron.com
시그니처 메뉴 Cassis Plum ©Janice Wong

제니스 웡은 마스터 셰프 호주 편에 출연해 출연자들은 그녀의 시그니처 디쉬인 ‘카시스 플럼 Cassis Plum’을 재현하는 도전을 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일본 국영방송 NHK에서는 그녀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는데, 그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의 역사가 짧은 만큼 오히려 따라야 할 전통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또한 많은 면에서 전통과 금기 사항을 깨트린 ‘코코 샤넬’을 존경한다고.  

에더블 크레용 세트©Janice Wong
에더블 크레용 세트©Janice Wong
루비 모치 ©Janice Wong
시그니처 티 세트 ©Janice Wong
시그니처 티 세트 ©Janice Wong

개성 있는 상품들 중에서도 먹을 수 있는 크레용이라는 콘셉트의 에더블 크레용 Edible Crayon 시리즈는 경쾌한 색감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상품이 되었다.

좌: Blackcurrant Cassis/우: Lemon Thyme ©Janice Wong
좌: Praline Poprocks/우: Kaffir Lime Caramel ©Janice Wong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창이공항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특히 장인정신을 높이 사는 일본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아예 일본어와 영어를 병기하고 있다. 


그녀의 끝없는 노력과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보는 열정은 업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11, 2013년 월드 고메이 서밋에서는 올해의 패스트리 셰프로,  2013년과 14년 2년 연속으로 ‘레스토랑’ 매거진에서 산 펠리그리노와 함께 발표하는 ‘아시아 베스트 패스트리 셰프’로 선정되며 자신의 브랜드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밸런타인 에디션 ©Janice Wong
시그니처 박스 ©Janice Wong


작년 10월에는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 제니스 웡의 첫 국내 매장이 오픈했다. 오픈 행사 현장에서는 라이브로 초콜릿을 이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아트쇼를 진행하며 첫 데뷔를 마쳤다. 


여성 셰프가 많지 않은 싱가포르에서 열정과 노력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제니스 웡. 런던의 해로드 백화점 진출을 시작으로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의 활약 또한 기대되는 그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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