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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Mar 05. 2020

싱가포르의 야경이 더 화려해질 때: i Light SG

한정판 야경을 보러 가 볼까 

싱가포르는 낮 동안 32도가 넘는 기온과 강렬히 내리쬐는 햇빛으로 여행객들을 정신 못 차리게 했다면,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선선한 바람과 함께 마리나 베이를 따라 화려한 조명을 하나둘씩 밝히며 아름다운 야경으로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멀라이언 ©William Cho

그런 싱가포르의 야경이 평소보다도 한층 더 화려 해지는 시기가 있다.

이 시기에는 여행객들은 물론,  현지 직장인들에게는 매일 보는 퇴근길 일상이라 무덤덤한 싱가포르인들 또한 여기저기 멈춰서 사진을 찍는 풍경이 곳곳에서 보이곤 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추구하는 그린 네이션 Green Nation 정책의 일부로 도시 재개발국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에서 주관한 대대적인 설치 예술 행사인 아이 라이트 싱가포르 i light Singapore가 바로 그 주인공. 

2010년부터 매년 진행되는 이 행사를 위해 아이코닉한 빌딩인 마리나 베이 샌즈,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멀라이언 등이 모여있는 마리나 베이를 따라 중심 도시 지구에 걸쳐 총 33개의 ‘빛’을 이용한 작품들이 설치된다. 

Lighthouse of Time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Danny Rose

2019년의 경우 1월 28일부터 2월 24일까지 총 28일간 열린 이 대대적인 행사는 싱가포르의 사진 마니아들에게 특히 사랑을 받고 있어 밤이 되면 평소와는 다른 이 색다른 야경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여기저기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세계적 건축가 모쉐 사프디가 마리나 베이 샌즈와 함께 설계한 것으로 잘 알려진  연꽃 모양의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은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인 대니 로즈 Danny Rose의 뮤즈로 변신해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니 로즈는 주로 관객이 직접 몰입해서 경험할 수 있는 반응형 작품과 건물 외벽을 활용한 대규모 디지털 작품을 제작하고 구현하는 종합 예술/디자인 공동체이다. 

그 공간에서 관객이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최첨단 비디오 프로젝션과 때로는 내레이션을 함께 선보이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작품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Inside Plasma©Danny Rose
Inside Plasma©Danny Rose
Inside Plasma©Danny Rose

대니 로즈는 2017년에도 아이 라이트 싱가포르 프로젝트에 참여해 멀라이언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명은 ‘바다의 몸 The Body of the Sea.’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는 의도처럼 몸통 부분에 360도로 비쳐 일렁이는 이미지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Lighthouse of Time © 에리카
Lighthouse of Time © 에리카

2019년에도 메인 아티스트로 참가한 대니 로즈는 이번에는 좀 더 자신들의 이름에 걸맞은 캔버스를 부여받았는데, 평소의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이 청아한 연꽃이었다면 대니 로즈의 강렬한 색감과 패턴을 만나 마치 화려하게 피어나는 장미로 탈바꿈했다. 


또 하나 아이 라이트 싱가포르 2019에서 주목받은 작품은 네덜란드 출신 부부 아티스트인 벤델 & 드 울프 Vendel & De Wolf의 타임 볼텍스 The Time Vortex.

벤델 & 드 울프는 암스테르담을 베이스로 활동 중인 설치작품 예술가 듀오로 주로 작품이 설치되는 나라, 도시의 고유한 역사와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라이트 페스티벌의 선구자 격인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에서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작품   완전한 홀 Whole Hole은 도시의 자랑이자 심벌인 운하를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Whole Hole ©Amsterdam Light Festival
Whole Hole ©Amsterdam Light Festival

신생아가 태어나면서 어머니의 몸에서 나와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보는 것과 죽음의 문 앞에서 또한 빛을 보는 것처럼 우리 삶의 사이클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렇게 기존에 존재하는 암스테르담의 운하에 조명을 설치함으로써 벤델 & 드 울프는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2019 아이 라이트 싱가포르에서는 마리나 베이와 사우스 지역을 연결하는 보행자 다리인 헬릭스 브릿지에 강렬한 빛의 소용돌이를 더했다. 

The Time Vortex ©I light Singapore

소용돌이를 뜻하는 볼텍스와 시간이 만나는 이곳에서는 다리를 건너는 관객이 마치 거대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빛은 천천히 깜빡이기도 하고 어느 순간 멈추기도 하는데 멀리서 이 다리 속으로 지나가는 관객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들이 순간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The Time Vortex © 에리카
The Time Vortex © 에리카
The Time Vortex © 에리카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다양한 인종이 함께 섞여 조화를 이루며 사는 싱가포르인 만큼 이 공간에서는 배경, 문화, 종교, 국가, 인종에 관계없이 모두가 이 특별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또한 정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의 일환으로 아이 라이트 싱가포르 페스티벌이 열리는 마리나 베이 주변의  기업 및 건물의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 실내 온도를 높이자는 ‘ Switch Off, Turn Up’이라는 캠페인도 함께 진행되었다. 

그와 함께 페스티벌의 푸드마켓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스트로 프리 싱가포르 Straw Free Singapore를 실천했다. 


매년 꾸준히 조금씩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싱가포르의 라이트 페스티벌. 아시아의 지속가능 발전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하는 이 국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아이 라이트 싱가포르 i Light Singapore 

입장료 무료 

https://www.ilightmarinabay.sg/

https://www.facebook.com/ilightsingapore/ 

*아쉽게도 2월에 예정되어 있던 2020년 일정은 코로나 19 사태로 무기한 연기상태이다. 일정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라고 하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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