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콘도미니엄 편
1. Reflections at Keppel Bay by Daniel Libeskind
어느 나라나 으레 그러하듯 싱가포르에서도 바다를 내다보는 조망권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해안지역은 부촌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센토사섬과 마주 보고 있으면서 요트 정박장이 있는 케펠 베이 Keppel Bay 지역은 싱가포르의 부동산 개발의 큰손인 Keppel 그룹이 특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구역이다.
그 케펠 베이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그의 커리어상 최초로 콘도미니엄의 설계를 맡았다고 해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디자인에 직선보다는 주로 사선을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리베스킨트 답게 리플렉션 앳 케펠 베이 Reflections at Keppel Bay는 마치 식물의 줄기가 땅에서 뻗어나가는 것처럼 제각각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전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총 6개의 고층 타워는 24층과 41층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루프탑 정원과 공중다리로 이어져있다. 그 옆으로는 11개의 저층 타워는 6층과 8층 높이로 이루어져 총 1,129세대의 대규모 주거단지로 설계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는 고층 타워들이 이리저리 교차되면서 만들어내는 정돈되지 않은 듯하지만 사실은 정교하게 배열된 스카이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날렵하지만 부드러운 곡선의 빌딩들은 서로 잘 어우러지며 센토사섬과 부둣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리베스킨트는 이와 같이 모든 빌딩을 같은 높이로 짓지 않고 고층, 저층으로 나누어 설계한 것에 대해 주거밀도가 높은 싱가포르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개발비용이 과하게 드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금 더 접근성이 높은 저층 빌라와 특정 고객군을 위한 고층빌라 두 타입으로 나누었다고.
각각의 빌딩이 제각기 조금씩 다른 각도와 높이로 디자인되어 있는 만큼 천편일률적인 뷰가 아닌 다른 조망권을 가지는 것 또한 특징이다.
2011년에 완공된 이 프로젝트는 싱가포르의 BCA(Building Construction Authority)에서 수여하는 그린마크 Green Mark 상을 수상했다. 지속가능 부분에 있어서는 지하에서 빗물을 수집해서 단지 안의 조경과 하늘정원의 온도를 조절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 열전달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이중 유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전체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선택한 조명, 태양열을 활용한 항공기 경고 사인 등 또한 그린마크상을 수상하는데 기여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처음으로 설계한 주거용 프로젝트인 만큼 일부에서는 그저 화려한 디자인일 뿐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펠 베이 지역에 명실상부 하나의 아이콘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2. Sculptura Ardmore by Carlos Zapata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건축가 카를로스 자파타는 사실 아시아와 인연이 깊다. 그에게 가장 큰 명성을 가져다준 프로젝트는 에콰도르도, 뉴욕도 아닌 호찌민이었다. 카를로스 자파타가 설계한 호찌민의 Bitexco 금융 타워는 베트남의 오래된 전통적인 건물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현대식 빌딩으로 고층 빌딩 협회 Council on Tall Buildings (CTBUH)에서 ‘가장 혁신적인 고층빌딩 50’상을 수상했고, CNN Go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고층건물 50’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런 그가 싱가포르의 럭셔리 콘도미니엄의 설계를 의뢰받아 선보인 디자인은 가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마치 조립을 하다 만 블록 같은 이 콘도미니엄은 조각을 뜻하는 이름처럼 건물은 각도에 따라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데 중간중간 돌출되어 있는 블록에는 프라이빗 수영장이 마련되어있다.
SCULPTURA ARDMORE 또한 예전에 소개했던 장 누벨과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고급 콘도가 위치한 싱가포르의 고급 주택가인 Ardmore 지역에 위치해있어 스타 건축가가 설계한 럭셔리 콘도미니엄 시리즈에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개발을 맡은 SC 글로벌 디벨롭먼트사는 소규모 럭셔리 부동산만을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SCULPTURA ARDMORE는 회장인 사이먼 청 Simon Cheong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특별히 애정을 가지는 프로젝트라며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3. 그 외
Ardmore Residence by UNStudio
Orchard Scotts Residences by Arquitectonica
One Shenton by Carlos Ott
iLiv@grange by Phillipe Starck
이렇듯 워낙 개성 강한 디자인들이 많아 건축계 안에서도 싱가포르의 콘도미니엄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흥미로운 디자인을 보며 시야를 넓히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참고
Studio Libeskind
Carlos Zapat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