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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Mar 20. 2020

싱가포르의 주목할만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1 페이블

디자인씬으로 유명한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싱가포르는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문화가 섞여 흥미로운 스타일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싱가포르에서 주목할만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들과 대표 프로젝트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스타일을 규정하고 싶진 않아요. 우리만의 접근 방법이 있을 뿐이죠.

페이블 Fable 

좌: 오너 & 디자이너 Jiahui Tan/ 우: 사업 운영 담당 Eugenia

흔히 우정을 잃고 싶다면 동업을 하라고 한다. 그만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만 잘 맞는다고 해서 되는 쉬운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동업은 남다른 각오가 필요한 일.


하지만 부부가 함께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듯하다. 실력파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중에는 유독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소개할 싱가포르의 페이블도 그중의 하나. 디자이너인 남편 지아휘 Jiahui는 온전히 크리에이티브 업무에 집중하고 부인 유지니아 Eugenia가 사업 운영에 관련된 모든 것을 맡아 역할 분담을 철저하게 했다. 현재는 6명의 팀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DNA배열에서 영감을 받은 타이포그래피 ©Fable

페이블의 시작은 꽤 즉흥적이었다. 지아휘는 학생 때부터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소위 말하는 진상 고객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새벽 4시에 전화를 걸어온 그 고객은 당장 4시간 이내로 시안 다섯 개를 보내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너는 프리랜서다. 제대로 된 사업도, 회사도 아니다.” 그 말을 들은 지아휘는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서 바로 회사를 등록했다. 진상 고객 덕분(?)에 프리랜서에서 사업가로 변한 순간이었다. 

두리안 페이스트리 제조사 Chen Nguyen 브랜딩 작업 ©Fable
두리안의 모양에서 탄생한 패턴 ©Fable
각각의 맛을 나타내는 컬러 ©Fable

페이블의 작업에는 경쾌한 색감과 타이포그래피가 많이 사용된다. 영어와 중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싱가포리언답게 한자와 영어가 함께 어우러진 타이포그래피가 돋보인다. 


페이블의 디자인 철학에 관해 묻자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은 하지 않는다.’라고 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타겟 청중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할 일이라고 말한다. 특정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 프로젝트마다 청중이 달라지는 만큼 그때 가장 적합한 접근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시공간 DECK과의 콜라보 작업 ©Fable
변화하는 싱가포르의 모습에 관한 전시 ©Fable

스튜디오의 이름 페이블 Fable은 이야기, 우화를 뜻한다. 지아휘는 이름을 지은 배경에 대해 묻자 지금처럼 누구나 쉽게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고, 대량으로 생산되는 시대에는 단순히 예쁘거나 화려하기만 한 디자인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멋진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언제보다도 많아졌지만, 반대로 왜 그 디자인을 선택했는지 그 안에 담긴 의도와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적어졌다고. 그렇기 때문에 페이블이 브랜딩 작업을 할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 바로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라고 한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브랜딩 작업 ©Fable
테마 컬러 ©Fable
매니지먼트 레벨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 ©Fable

페이블의 클라이언트는 베트남의 두리안 페이스트리 브랜드에서부터 세계 4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까지 다양하게 장르를 넘나든다. 딜로이트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브랜딩을 의뢰했고, DDE(Digital Disruptive & Exciting Future)라는 테마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디자인했다. 회계법인에 중요한 신뢰 가는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더한 색감과 기억하기 쉬운 디자인이 돋보인다.  

오디너리 피플의 서울 독립영화제 그래픽 디자인 ©오디너리 피플

한국의 디자인 씬에 관해서는 한국 여행을 올 때마다 박물관과 갤러리를 찾는데 우아함과 강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 한국 디자인의 특징인 것 같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인 ‘오디너리 피플’의 멤버들과 친분이 있다고. 다들 실력과 재치를 겸비한 디자이너들이라며 덧붙였다. 


싱가포르의 음식문화에 관한 출판물 EAT ©Fable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EAT ©Fable

디자이너로서 싱가포르는 다양한 문화가 섞인 멜팅팟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창조성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페이블. 스튜디오의 이름처럼 앞으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들려줄 이야기들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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