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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Mar 28. 2020

싱가포르의 주목할만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2 하이어

HJGHER


디자인 씬으로 유명한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싱가포르는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문화가 섞여 흥미로운 스타일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싱가포르에서 주목할만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들과 대표 프로젝트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하이어 HJGHER


두 번째로 소개할 스튜디오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특색 있는 브랜딩으로 잘 알려진 하이어 HJGHE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저스틴 롱 Justin Long이 2002년 디자인 에이전시로 출발한 것이 그 시작이다. 

하이어는 코어 팀 멤버 6명을 주축으로 프로젝트에 따라 유연하게 함께 움직이는 30여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코더, 전략가 등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팀이다.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작업을 해오며 서로의 작업 방식을 이해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하고 있다. 

레스토랑 빈쵸  BINCHO © HJGHER
레스토랑 빈쵸  BINCHO © HJGHER

하이어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싱가포르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오래된 주택단지의 뒷골목의 아담한 레스토랑 빈쵸 Bincho 때문이었다. 모던 야키토리 콘셉트의 빈쵸는 다양한 메뉴의 F&B 사업과 호텔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큰손으로 알려진 언리스티드 컬렉션 Unlisted Collection이 오픈한 곳으로 좁고 긴 구조의 오래된 70년 된 싱가포르식 건물을 레노베이션했다. 

예전의 디테일을 살린 공간 © HJGHER

커피숍 Coffee Shop이라고 불리는 싱가포르의 전통 식당의 형태와 함께 타일, 오래된 가구,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포스터로 장식된 것은 이곳이 예전에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후아 비 레스토랑 Hua Bee Restaurant 시절의 오마주다. 

빈쵸 © HJGHER

유심히 보지 않으면 여기에 레스토랑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외관에서부터 문을 열고 들어오면 펼쳐지는 아늑한 비밀스러운 아지트 같은 흥미로운 공간이다. 방문했을 때 그 공간의 느낌이 참 좋아 디자인을 맡은 스튜디오를 알아보니 하이어였고, 평소 싱가포르에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디자인을 담당한 곳이라 반가웠다. 

버즈 오브 파라다이스 ©Birds of Paradise
버즈 오브 파라다이스 패키징 ©Birds of Paradise
기분 좋아지는 색감의 매장 인테리어 © HJGHER
카통 매장 전경 © HJGHER

버즈 오브 파라다이스는 인기 국내 브랜드들이 엄선돼 입점한 창이공항 쥬얼 콤플렉스에서도 긴 행렬과 시그니처인 톤 다운된 핑크색 매장 때문에 눈에 띈다. 

카페 키스 Kith 매장 © HJGHER


또 하나 싱가포르의 국민 카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키스 Kith의 브랜딩 또한 하이어의 손을 거쳤다. 

Kith 밀레니아 워크 매장 © HJGHER

키스의 시그니처 컬러인 옐로 & 블랙은 매장 인테리어와 패키징, 메뉴 전반에 걸쳐 사용되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낸다. 채광이 좋은 위치에 입점해 밝고 매장의 안팎의 구분이 없는 오픈 콘셉트가 키스의 특징인데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마련된 매장도 있어 특히 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굿즈 & 패키징 © HJGHER
시그니처 간판 © HJGHER

하이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스틴은 행동 과학을 전공했다. 본인의 디자인 철학에 관해 묻자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순수하고 심플하되 미적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스튜디오는 실력을 인정받아 대통령 디자인상 President*s Design Award, 월드 아키텍처 어워즈 World Architecture Awards, 아시아 인터랙티브 어워즈 Asia Interactive Awards 등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아래는 저스틴에게 들어본 이야기 중의 일부. 

저스틴 롱 Justin Long © topawardsasia

Q. 업계에서 주목받는 스튜디오로서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 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크리에이티브 업계는 그 나라의 문화와 커뮤니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싱가포르는 독자적인 역사가 아직 채 100년이 되지 않은 젊은 국가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듯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되어있다. 크리에이티브 업계 또한 잘 계획된 목표와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점 또한 다양한 소스를 접하고 우리 또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발신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해진 규칙과 틀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는 아웃라이어 들이 적다는 점은 아쉬운 것 같다. 

 

Q.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A. 개인적으로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씬에 많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케이팝과 제이팝,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처럼 한국과 일본은 예전부터 자주 함께 언급되곤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확실히 한국이 많은 면에서 리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크리에이티브 씬은 그 나라의 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한국 사람들의 일에 대한 근면 성실한 자세와 자유로운 성향이 디자인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한국어 또한 하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 유 프레스 © HJGHER

하이어에서는 독자적인 매거진 유 프레스 U Press를 발행하고 있다. 업무로  바쁘게 지내면서 ‘순수 창작’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2009년부터 꾸준히 만들기 시작해 현재는 싱가포르 판뿐만 아니라 런던과 뉴욕 판도 발행하고 있다. 작가, 아티스트, 뮤지션, 사진가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데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모노클 섬머 페어 © HJGHER

2014년에는 유 프레스 런던의 발행을 포함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매거진 모노클의 초대로 섬머 페어에 참여했다. 슈퍼 마마, 패브릭스, 스피크 크립틱 등 싱가포르 로컬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부스에 대표로 참가해 런더너들의 관심을 받았다.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한 부스 © HJGHER
모노클 섬머 페어 © HJGHER
유 심포지엄 U Symposium © HJGHER
유 심포지엄 U Symposium  패널 디스커션 © HJGHER

하이어는 유 프레스를 발행하는 독자적인 레이블 언더스코어 Underscore를 운영하는 것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웹진 ‘매그컬처 Magculture’와 함께 디지털 시대의 매거진 문화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편안히 안주하지 않고 ‘창작의 즐거움’을 끝없이 탐구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하이어.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 씬에서 주목할 스튜디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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