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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Mar 31. 2020

싱가포르의 주목할만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3

포린 폴리시 Foreign Policy

싱가포르는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을 스스로 잘 알고 그것을 똑똑하게 사용할 줄 아는 국가이다.

지리와 역사적 배경으로 서양과 동양의 영향을 받는 이들은 각각의 장점을 거침없이 스펀지처럼 흡수해 자신들의 것으로 새롭게 재창조해낸다.


이번에 소개할 포린 폴리시 디자인 그룹 Foreign Policy Design Group은 그런 면에서 참 싱가포르다운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곳에서 받은 영감을 재치있게 버무려 ‘포린 폴리시다운’ 디자인으로 탄생시키는 이들.  


싱가포르의 디자인 판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좌: 야렝 유 Yah-Leng Yu 우: 아서 친 Arthur Chin © Foreign Policy Design Group

보스턴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뉴욕으로 옮겨가 베르사체, 불가리, 비비아 웨스트 우드와 같은 빅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은 야렝과 경영학을 전공한 아서가 만나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또 하나의 파워 커플이 탄생했다.


13년 전, 두 사람이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싱가포르로 돌아왔을 당시에는 대형 외국 광고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디자인 씬이 형성되어 있었고 지금처럼 독립 스튜디오는 많지 않았다. 대형 에이전시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은 여태 싱가포르에는 없었던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그때의 목표는 지금까지 순조롭게 달성되고 있는듯하다.

작업 중인 두 사람 © Foreign Policy Design Group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택한 것은 ‘외교 정책 디자인 그룹’(이하 포린 폴리시). 이 자못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는 이름은 그들의 디자인 철학을 함축하고 있다.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뉴욕에서 다양한 문화 간의 융합과 아이디어의 교환이 가져다주는 힘을 경험한 이들은 싱가포르에서도 그 마음을 잃지 않기로 다짐했다. 디자인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 세상 돌아가는 것에 항상 다양하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내셔널 갤러리의 기프트 숍 갤러리 & 코 © Foreign Policy Design Group

포린 폴리시는 자신들을 크리에이티브 씽크 탱크로 규명한다. 단순히 그래픽 디자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함께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고 마케팅에도 관여한다. 나무가 아닌 전체 숲을 보는 것. 디자인은 예쁜 그래픽이 아니라, ‘메시지를 비주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도 그것에 담긴 ‘이야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철학을 바탕으로 포린 폴리시는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작업해오고 있는데 여행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프로젝트는 내셔널 갤러리의 기념품 숍 겸 카페인 Gallery & Co.가 아닐까 싶다. 밝은 컬러와 기분이 좋아지는 재기발랄한 포린 폴리시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공간은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의 박물관 숍과는 차별화된다.

갤러리 카페 공간 © Foreign Policy Design Group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총괄적인 브랜딩과 웹사이트 디자인, 상품의 큐레이션까지 담당해 싱가포르의 실력파 로컬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외국인 여행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로는 대통령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오리지널 패키지 디자인 © Foreign Policy Design Group
풀러턴 베이 호텔 © Fullerton Hotel

포린 폴리시 포트폴리오 중에는 F&B 브랜드들이 눈에 띄는데, 아름다운 호텔 로비로 손꼽히는 풀러턴 베이 호텔 The Fullerton Bay Hotel의 대표 레스토랑인 클리포드 피어 The Clifford Pier의 브랜딩 또한 담당했다.


클리포드 피어 메뉴 © Foreign Policy Design Group
클리포드 피어 메뉴 © Foreign Policy Design Group
클리포드 피어 명함 © Foreign Policy Design Group
클리포드 피어 명함 © Foreign Policy Design Group

1930년대 국제적 무역항 역할을 했던 마리나 베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져온 모티프는 싱가포르의 트로피컬 한 자연에 매료되었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동인도회사 직원 윌리엄 파커. 그가 좋아했던 진저플라워의 패턴과 은은한 파스텔 톤의 바다 거품, 산호초가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클리포드 피어의 인테리어와도 잘 어우러진다.

인기 샌드위치 숍 파크 벤치 델리 ©Foreign Policy Design Group
인테리어와 굿즈 ©Foreign Policy Design Group

클리포드 피어 프로젝트가 마리나 베이의 럭셔리 레스토랑이라면 파크 벤치 델리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통하는 샌드위치 맛집. 미국의 캐주얼한 델리를 컨셉으로 따뜻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와 키치한 굿즈 디자인이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위트 있는 멘트도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사용되었다.

코워킹 스페이스 워킹 캐피톨 ©Foreign Policy Design Group
코워킹 스페이스 워킹 캐피톨 ©Foreign Policy Design Group
심플한 내부와 어울리는 직관적인 표지판 ©Foreign Policy Design Group
워킹 캐피톨 로고 ©Foreign Policy Design Group

또 하나 포린 폴리시의 포트폴리오에서 눈에 띄는 작업은 공간 안에서 이용자들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방향을 쉽게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웨이파인딩 (wayfinding:방향 안내 디자인)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한 것. 내셔널 갤러리는 물론 코워킹 스페이스인 워킹 캐피톨 The Working Capitol의 웨이파인딩 작업은 심플한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간결하면서도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웨이파인딩 디자인 ©Foreign Policy Design Group

포린 폴리시는 싱가포르 디자인씬의 판을 바꿔보고 싶었다는 바람처럼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로컬 브랜드 16개의 스토리를 담아 소개하는 ‘브랜드 가이드: 싱가포르 에디션’을 출간하기도 했다. 디자인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이들은 이 책을 통해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비전을 공유한다.

브랜드 가이드: 싱가포르 에디션 ©Foreign Policy Design Group
재기발랄한 레이아웃 ©Foreign Policy Design Group

디자인에는 싱가포르의 전통적인 요소가 다양하게 사용되었는데, 중국식 한약방에서 사용하던 핑크색 종이를 떠올리게 하는 색지와 과거의 커피숍에서 사용되던 테이블 패턴 등이 재미를 더한다.


브랜드 가이드 ©Foreign Policy Design Group

두 사람에게 싱가포르의 디자인 씬에 관한 의견을 묻자, 10~15년 전에 비해 수준 높은 디자인 교육 코스를 제공하는 학교들이 많아지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 또한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하며 지금이 무척 흥미로운 시기임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계획하고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더 기대된다고.


또한 한국의 디자인 씬에 관해서는 우선 안상수 디자이너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개인적으로 한국의 역동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의 팬이라며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의 상당수가 한국 스튜디오의 포스팅이라고 한다. 싱가포르의 디자인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하며 다양한 페스티벌과 강연을 진행하기도 하는 포린 폴리시.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는 진취적인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글 디자인프레스 해외 통신원 에리카

참고 포린 폴리시 디자인 그룹

http://foreignpolicy.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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