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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Dec 02. 2019

싱가포르의 도심과 자연을 연결하는 시티 농장

에더블 가든 시티 

올해로 싱가포르 생활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일상에서 쉽게 야자수를 비롯해 커다란 나무들로 둘러싸인 초록 초록한 풍경을 볼 때면 괜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4계절이 있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라면 으레 겪는 ‘계절 향수병’을 주기적으로 겪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연중 내내 이런 자연이 제공하는 환경은 도심의 삭막함을 보완해준다. 


싱가포르는 내부 인테리어만이 아닌 외관에도 식물을 활용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단순히 장식 목적에서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한 회사가 있다. 

 

도심과 자연을 연결하는 시티 농장


90% 이상의 식재료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의 주변 국가와 해외에서 수입해와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이 싱가포르의 고민거리. 조금이나마 그걸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곳이 바로 ‘에더블 가든 시티 Edible Garden City’로,  이름 그대로 도심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가든을 조성하는 것이 이들의 사업이다. 

에더블 가든 시티©Edible Garden City

대형마트에서 플라스틱 포장지에 규격에 맞춰 예쁘게 포장된 채소들을 구입하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 중에는 사실 그 채소와 과일들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원래는 어떤 모습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많다. 

물론 필자 자신도 포함해서 말이다. 

식스센스 맥스웰©에리카
식스센스 맥스웰©에리카

한 차원 다른 웰빙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 식스센스의 최초 시티 리조트, 식스센스 맥스웰을 취재하러 갔을 때였다. 

호텔인 만큼 위생상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데다 자연 속에 위치한 다른 지점들이 비교적 자급할 수 있는 식재료들이 많은 것에 비해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키친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해서 발효 세제를 만들고 가능한 한 로컬업체와 협업을 하는 것으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수영장과 바가 위치한 루프톱에 조성된 아기자기한 가든이었다. 


바에서 칵테일의 장식용으로 이용되는 허브와 레스토랑의 메뉴에 사용되는 일부 채소들을 이 공간을 활용해서 직접 재배하고 있었다. 그 기회를 통해 에더블 가든 시티를 처음 알게 되었다. 

오픈 팜 커뮤니티©에리카
오픈 팜 커뮤니티©에리카
오픈 팜 커뮤니티©에리카

싱가포르의 유명한 브런치 지역인 뎀시 힐에 위치한 오픈 팜 커뮤니티는 자체적으로 농장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곳 또한 에더블 가든 시티와 협업을 하고 있는 파트너이다. 이 외에도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로 국내에도 알려진 카펠라 호텔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들에서도 사옥을 농장으로 활용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팀 멤버들©Edible Garden City
에더블 가든 시티 창업자 Bjorn Low © DBS Bank

이렇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 사업의 중심에는 순수하게 식물과 자연을 사랑하며 싱가포르의 식량 의존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팀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본 로우 Bjorn Low가 있다. 런던의 광고업계에서 커리어를 쌓던 그와 그의 와이프 탠은 일을 그만두고 농장에서 자원봉사로 일을 하는 프로그램인 ‘오가닉 팜스 Organic Farms’ 프로그램에 참여해 유럽의 다양한 농장에서 일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쌓았고 무형의 서비스를 판매하는 광고업계와는 달리 실제로 무언가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의 매력에 빠진 그는 유기농 농장들의 매력에 빠졌고 바이오다이내믹 농업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기에 이르렀다고. 


모국으로 돌아와서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싱가포르에서도 시험해보고 싶었고 당시 사업 파트너와 함께 에더블 가든 시티를 시작했다. 

학생들도 참여하는 농장©Edible Garden City
오피스 옥상에 조성된 농장©Edible Garden City

에더블 가든 시티는 올해 열린 ‘싱가포르 지속가능 비즈니스 어워즈’에서는 스페셜 상을 수상하는 것 외에도 5월 서울에서 열린 제8회 서울 도시농업박람회 국제 콘퍼런스 워크숍에 참여해 식용 염료 아트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티즌 박스©Edible Garden City

국내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콘셉트인 농장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매주 전달되는 구독 방식의  ‘시티즌 박스’또한 환경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점점 더 지지를 받고 있다. 

시티즌 셰프로 참여 중인 셰프들©Edible Garden City

점점 더 내가 먹고 있는 식재료의 원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속 가능한 농업이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싱가포르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에더블 가든 시티는 앞으로 점점 더 다양한 방면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참고 에더블 가든 시티

https://www.ediblegardenc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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