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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Jul 05. 2021

회복:일상 속나만의 회복법

어릴 적 문구점에서 예쁜 잡동사니를 사는걸 참 좋아했다. 그중에서 핑크색 두꺼운 다이어리들은 나의 갈기는 글씨를 담기엔 아까워, 나중에 글씨 예쁘게 쓸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써야지 하며, 서랍 어딘가에 꽁꽁 숨겨뒀다가 나중에 곰팡이 피어 버리곤 했다. 그중에서 그나마 덜 예쁜 다이어리를 골라 글을 쓰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뽕짝 한 그림과 글씨들이 난무했던 거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주로 적곤 했는데, 다시금 보면서 현재 나의 시점에서 과거를 보며 성장했다는 걸 느끼고 재밌어했다. 그게 나에게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가끔 글을 쓰곤 하는데 그게 나에게 성장 동력이 되고 내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회복제가 되곤 한다.


나의 글은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보니, 다듬어지지 않고 솔직해서 부끄럽기도 하다. 어릴 적엔 2살 터울인 골목대장 언니가 막 골목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다닐까 봐 언니도 엄마도 몰래 옥상 항아리 밑에 숨겨뒀었다. 그런 꽁꽁 숨겨놓은 나의 이야기가 비에 젖어 우굴 우굴 해진 뒤에도 나는 내 글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조금은 부끄럽다.


그럼에도 글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은 아마 내가 쓴 터무늬 없는 생각들을 누군가는 관심 있게 봐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감받고 싶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싶고 나라는 존재를 알리고 싶다. 에세이 작가님들 만큼 화려하고 깊은 내용을 쓰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나에 대해 좀 더 솔직하게 알아가고 싶고, 천천히 소통하고 싶고 소통을 통해 나 자신을 치유하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생기고, 더 좋은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서 더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그게 습관이 되어 나의 일부가 되면 멋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힘차게 앞으로 내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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