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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Jul 12. 2021

조금 미리 준비해보는 죽음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유품 정리사가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문득 미리 죽음을 준비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서'라는 키워드를 찾아보니 이런 글도 나오더라


https://www.youtube.com/watch?v=oJda7C7WiHw

그런 표정으로 서 있지 말고 옆에 풀이나 뽑아라 나의 마지막 계획이었다.
- 양세찬 -


최근에 멀기도 가깝기도 한 사람들의 부고를 접하며, 나도 혹시 모를 죽음에 대비해야겠다는 마음에 몇 자 적어봤다.


  혹시 모를 죽음이 나를 집어삼킨다면,  남겨진 것 중 쓸모 있는 것들이 내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해요. 

  

  먼저 사랑으로 맺어준 인연인 내 남편 고마워요. 덕분에 나는 좀 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었던 거 같아요. 미리 양해를 구했듯이 아이가 없다면 내 재산의 반은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에게 드리고 싶어요. 혹시 경제적으로 부모님보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땐 상황을 이해할 테니 남편이 잘 나눠줬으면 해요.

내가 입었던 옷 중 깨끗한 옷은 계속 쓰였으면 좋겠어요. 환경도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물건이 되었음 해요. 순장이라는 풍습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물건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쓸모 있어 보이는 것들이 재사용될 수 있다면, 그 물건들을 해방시켜줬다는 느낌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추억이 담긴 물건은 태워서 하늘나라로 보내주세요. 추억은 가슴속에만 가져갔음 해요.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놓치지 말아줬으면 해요. 하늘나라에서 기다릴 테니 누구보다 힘차게 현재를 살아줬으면 해요. 혹시 좋은 인연을 만난다면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죽으면 나는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돈이 많아지더라도 화려한 묏자리 보다 그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가능하면 화장해서 산이나 나무의 거름이 되고 싶어요. 죽으면 끝이지만 그럼에도 내 삶이 누군가에게 기억이 된다면, 그저 허영심 없이 솔직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냥 그게 나한테 있어 좋은 삶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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