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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Jul 26. 2021

상호보완적인 소통

  우리 팀은 소통보다 편한걸 더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재택근무를 한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어가는데, 주로 줌이라는 화상회의로 소통한다. 카메라를 켤 때도 있고, 끌 때도 있는데, 처음에 과반수가 끄고 회의를 해서 그런지 분위기상 화면을 끄는 게 디폴트다. 편하긴 한데, 검은 화면에 이름만 있는 네모칸에 대고 얘기할 때면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코로나 전 회사를 다닐 땐 가까이에 있는 팀원을 두고 메신저로 얘기할 때면 어색하지만 은근히 편했다. 얼굴 보고 얘기하게 되면 괜스레 불편했기 때문이다. 말로 하는 대화는 휘발성이기도 하고, 글처럼 썼다 지울 수 없기에 좀처럼 긴장하게 늦추기 어려웠다. 또 매번 자기 자리로 부르는 사람이 있을 때면, 같은 직급임에도 수직적인 느낌이 들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얼굴 보고하는 대화가 좋았던 건 아마 소통할 때 바로바로 보이는 피드백 때문이다. 메신저로 얘기했을 때 느꼈던 답답함이 금세 해소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팀원이 합류했다. 새로운 팀원은 잘 지내보고 싶은 마음에 전팀에서 경험했던 개발 삽질기를 공유하는 회의시간을 잡았다. 그러나 역시 아무도 캠을 켜지 않았다. 평상시에 화면과 소리를 켜지 않다 보니,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다만 발표자니 만큼 카메라를 켜고 있겠다며 용기 낸 새로운 팀원이 뭔가 걱정이 되었다.


 꽤 재밌는 표현이 많았다. '로그 서비스라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로그를 우리 서비스에 넣을 수 없었어요.'라든가 '사연 없는 코드 없죠'와 같이 재치 있는 표현이 너무 좋았는데, 음소거 버튼을 푼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다, 요즘 알게 된 핫한 작가의 강연을 나가는 내용에 '내가 뭐라고'라는 표현과 함께 발언의 지분이 균등한 대화에만 머물고 싶다는 부분에서 새로운 팀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 기회엔 조금 더 용기 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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