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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Sep 06. 2021

결혼 전에 오랜만에 연락 돌리기

  이틀이나 되는 백신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오래 안 보고 지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사소한 얘기도 곧잘 들어주시던 학원쌤이나, 노래대회에 나가 종이에 기타를 그려서 퍼포먼스를 함께했던 친구나, 같이 점심 먹고 소소하게 수다 떨던 친구 등등 좋은 추억이 많았던 지인들에게 하나하나 연락하기 시작했다.


  먼저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말을 전하기도 전에 5만 원이라는 축의금을 보내며 잘살아로 끝내고 싶어 하는 친구도 있었고, 친구들 중 첫 결혼식이라 큰돈을 썼기에 오히려 안 받으면 어색하지 않을까 했던 친구에게는 계좌번호를 알려줬음에도 축의금을 못 받았다. 오랜 왕래가 없었거나, 여유가 없어서 그랬겠거니 싶지만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친구가 정리가 되는구나 생각하니 속 시원하기도 했다.


  반대로 다른 친구로부터 소식을 듣고 먼저 연락 주는 친구도 있었다. 고등학교 땐 몰랐는데 친구가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며 꽤나 반가웠다. 그리고 우물쭈물하다 막상 연락하니 연락 줘서 고맙다며 '깜짝 놀라 의자에서 일어나 버렸다며' 격하게 축하해주는 친구도 있었다. 또 어떤 친구는 예의 차리지 않고 '야 이oo' 성을 붙여서 이름을 부르는 친구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렇게 불리니 다시 학생이 된 거 같았다. 오래 안 보고 지냈음에도 꽤나 신기하고 반갑고 고마웠다.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초대도, 축의금도 부담이 되는 거 같았다. 친구의 마음을 돈으로 보게 되는 것도 그렇고, 연락도 잘 안 하는데 돈을 주고받는 계약적인 관계가 되는 것 같아 축의금이 부담되었다. 서로 바쁜 걸 알면서 연락하고 지내자는 약속도 애매했다. 그저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뿐인지라 축의금을 받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더니 한결 홀가분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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