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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Sep 13. 2021

마음이 쓰였던 상견례

  자신의 딸이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에 시어머니께 잘해 드리라는 엄마의 말은 꽤나 부담스러웠다. 힘든 시집살이를 했던 엄마를 옆에서 보면서, 나는 그런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우리 아이가 요리는 잘 모르지만 차차 배워나갈 꺼며, 아침은 여자가 든든하게 차려드리는 게 당연하며, 자신은 오늘 아침 남편에게 맛있는 백숙을 해주고 왔다'라고 상견례 자리에서 잔소리를 하는 엄마가 조금은 미웠다. "우리 아이가 실수하거나 서툴러도 따스히 봐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 같은데, 엄마도 긴장했던지라 생각보다 거칠게 말을 했던 거 같다. "요리는 남편이 나보다 더 잘해"라고 맞받아 쳤던 딸이 미웠는지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꽤 무거운 표정이었다. '할 말은 많지만 이제 어른이니 네가 알아서 잘 판단해'라는 표정. 남편네 식구들은 아침을 안 먹는다. 오히려 친정에 갔을 때 어머님이 나에게만 아침에 요깃거리를 챙겨주셨었다. 시어머님은 나의 엄마와 다르게 평소 아침을 차리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상견례 자리를 불편하게 하는 건 엄마 쪽이라 생각했다.

  나름 가방끈이 길었던 엄마는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른 채 결혼 후, 시어머니 앞에서 애호박을 깍둑 설기 하곤 배운 년이 더한다는 소릴 들었던 일이 꽤나 트라우마로 남았던 거 같다. 엄마는 나를 조금 낮춰서 겸손한 마음을 갖고 결혼했으면 했던 거 같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이런 얘기를 불쑥했다. 자신은 딸에게 계속 이렇게 하길 저렇게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는데, 너의 시어머님은 이렇게 해주고 싶고, 저렇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큰 거 같다며, 너는 좋겠다 라는 얘기를 했다. 엄마도 사실 자신이 부담을 줬던 건 아닌지 꽤나 마음이 쓰였던 거 같다. 해맑게 좋은 분인 거 같다며 해던 게 조금은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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