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딸이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에 시어머니께 잘해 드리라는 엄마의 말은 꽤나 부담스러웠다. 힘든 시집살이를 했던 엄마를 옆에서 보면서, 나는 그런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우리 아이가 요리는 잘 모르지만 차차 배워나갈 꺼며, 아침은 여자가 든든하게 차려드리는 게 당연하며, 자신은 오늘 아침 남편에게 맛있는 백숙을 해주고 왔다'라고 상견례 자리에서 잔소리를 하는 엄마가 조금은 미웠다. "우리 아이가 실수하거나 서툴러도 따스히 봐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 같은데, 엄마도 긴장했던지라 생각보다 거칠게 말을 했던 거 같다. "요리는 남편이 나보다 더 잘해"라고 맞받아 쳤던 딸이 미웠는지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꽤 무거운 표정이었다. '할 말은 많지만 이제 어른이니 네가 알아서 잘 판단해'라는 표정. 남편네 식구들은 아침을 안 먹는다. 오히려 친정에 갔을 때 어머님이 나에게만 아침에 요깃거리를 챙겨주셨었다. 시어머님은 나의 엄마와 다르게 평소 아침을 차리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상견례 자리를 불편하게 하는 건 엄마 쪽이라 생각했다.
나름 가방끈이 길었던 엄마는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른 채 결혼 후, 시어머니 앞에서 애호박을 깍둑 설기 하곤 배운 년이 더한다는 소릴 들었던 일이 꽤나 트라우마로 남았던 거 같다. 엄마는 나를 조금 낮춰서 겸손한 마음을 갖고 결혼했으면 했던 거 같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이런 얘기를 불쑥했다. 자신은 딸에게 계속 이렇게 하길 저렇게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는데, 너의 시어머님은 이렇게 해주고 싶고, 저렇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큰 거 같다며, 너는 좋겠다 라는 얘기를 했다. 엄마도 사실 자신이 부담을 줬던 건 아닌지 꽤나 마음이 쓰였던 거 같다. 해맑게 좋은 분인 거 같다며 해던 게 조금은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