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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Oct 04. 2021

아이돌 무대를 학예회로 만들어버리는 댄서들

  유튜브에 가끔 아이돌 영상이 나오면, 뮤비보다 직캠이나 연습 영상을 더 재밌게 봤다. 회사 다니면서 점심시간에 짬 내서 배우던 방송댄스가 꽤나 큰 역할을 했던 거 같기도 하다. 재택근무로 회사를 안 가면서 댄스와 멀어졌음에도 최근에 내가 다시 춤을 배우러 다니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스우파를 보게 되면서부터 였다.


  스우파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라는 이름에 8팀의 댄서들의 경연 프로그램의 줄임말이다. 모든 영상이 좋았는데, 그중 하나만 뽑으라면 스우파에 리정이랑 시미즈가 배틀 하는 모습이었다. 시미즈가 시니컬한 음악에 몸을 맡기는 모습, 리정이 자신의 차례라며 행복해하는 표정에서 잡아먹을듯한 독 품은 표정으로 싹 바뀌며 전투적으로 보여주는 시원한 몸짓. 그만 매료되고 말았다. 같은 영상을 여러 편집본으로 한 10번 정도 보고 나서 깨달았다. 나 스우파에 중독됐네.


  스우파 멤버들의 코레오 영상이며, 백업 댄스며, 인터뷰 영상, 무대 영상, 리뷰 영상 등등 살펴보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춤 퍼포먼스로 유명한 아이돌 '있지'가 신곡을 냈음에도 별로 눈이 가지 않았다. 스우파 영상을 하도 보고 나니 아이돌들의 퍼포먼스가 수련회, 학예회 무대처럼 느껴졌다. (미안해 있지 사실 너네도 좋았어) 같은 학예회 수준이더라도 '스우파 과몰입해서 워스트댄서 자청하는 k-고삼들' 영상이나, 다들 헤이 마마 영상 올릴 때, '스우파 독학계급 우나나나'를 추는 유튜버 땡깡님 영상이 훨씬 재밌었다. 그곳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 공감 가고 신선한 댓글들이 참 많았다. k-고삼들 영상은 최고의 댄서들끼리 우열을 가리게 하는 제작진의 의도에 반항심을 표현하기 위한 용기 있는 영상이기도 했던지라, '정말 최고의 워스트 댄서', '다시 오지 않을 내 청춘 보는 거 같음'등 응원과 훈훈한 댓글이 많이 달려있었다.


  어두운 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거울삼아 유튜브를 보며 따라 하기에 이르렀다. 당근 마켓에 동네 홍보에 올라온 댄스학원 무료체험을 이용하게 되었고, 요새 할인 많이 하는 클래스 101에 있는 댄스 입문 강의를 결제했다. 기왕 재미 찾은 김에 신나게 움직이면서 운동이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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