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결혼한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고등학교 졸업 후 8년 동안 연락 없던 친구에게 축하한다며 연락이 왔다. 카톡의 말투와 이모티콘에서부터 내가 알던 오두방정 떠는 느낌이 물씬 나 추억 돋았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 하며 집에 초대했다.
학생 시절부터 일본어로 된 만화책을 갖고 오거나, PMP에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있거나 소설 보거나 잠을 자거나 옆에 친구를 괜히 콕콕 찔러보며 놀자고 왕왕하는 모습을 보며 참 유별난 친구네 싶었다. 워낙 활기 넘치는 친구였기에 잘 지냈겠거니 싶었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잘 지내고 있었다. 오타쿠 유튜버가 되어있었다.
오랜만에 만났기에 맛있는 음식을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친구가 브이로그를 찍고 싶다며 카메라를 켜도 되냐고 물었고, 나는 당근을 외쳤다. 나는 내 목소리가 부끄러웠기에 사람들 많이 보냐고 물었고, 그 친구는 어느 정도면 영상을 올려도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침착맨 정도?'라고 얘기했다. 침착맨은 백만이었다. 친구라 몇 명이나 되겠어 싶었다. 나 팔아서 조회수 올려도 괜찮아라는 의미에서 한 얘기였는데, 겸손했어야 했다. 구독자가 만 명이 넘고, 어떤 조회수는 삼십만 명이 넘었다. 서브컬처 영상이 이렇게나 조회수가 높다니!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었는데, 춤도 잘 추고 무엇보다 표정이 너무 좋았다. 자신의 장점을 잘 어필하며 좋아하는 걸 하며 사는 모습을 보니 꽤나 즐거워 보였다. 조용해야 했던 새벽 2시 집 앞에서 컨셉맞춰 옷을 쫙 빼 입고 박자 맞추기 위한 메트로늄을 켜놓고 촬영한 일화를 얘기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그 친구가 꽤나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