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꾸미 Oct 25. 2021

안양 토박이의 서울살이

  서울살이를 한지 어엿 6개월이 되어간다. 평생 안양 토박이로 살다가 우연히 서초 행복주택에 들어가게 되면서 서울살이가 시작되었다.


  안양에서 머리를 자를 때면 항상 가던 곳을 갔는데, 서울은 발 붙일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가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미용실이 너무 많아 선택 장애가 생겼다. 예약할라치면 실장 얼마, 원장 얼마 하며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찾다가 하루가 지나간다.


  가장 안양이 그리울 때는 배고플 때다. 가끔 먹었던 비빔국수, 냉우동, 옹심이, 매콤로제파스타, 떡볶이, 칼국수, 시장 닭강정이 생각날 때다. 분명 서울 어디에도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착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물론 안양도 물가가 비싸졌기에 이전만큼 가성비 음식을 찾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치만 서울에선 지도에 떡볶이라 검색할 때면, 무수히 많이 나오는 식당에 쉽게 가볼까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덕분에 외식비를 아낀 거 같기도 하다.


  사실 서울이 안양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건 장점이다. 리뷰도 많아서 적당히 검색하고 들어가면 웬만해선 실패할 일이 없다. 집 근처 오래된 설렁탕집이나, 돈가스를 가츠라 불리는 장인 느낌의 일식집 등 새로운 맛집 찾기도 꽤나 즐겁다. 근처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는 안양일번가 지하상가랑 급이 다르다. 안양은 달려서 1분이면 끝나는 거리라면, 고속터미널은 1시간 걷다가 다리 아파 지도를 살펴봤는데 반에 반도 못 갔다. 스케일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집에서 가까운 곳임에도 아직도 고속터미널은 탐색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나는 안양이 그립다. 야자시간 몰래 친구들이랑 중앙시장 떡볶이를 먹으며 하하 호호하던 시간과 남자 친구랑 칼국수 먹다 엄마 친구를 만나 연애를 들켜버린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를 테면 맘이 싱숭생숭하다. 그 멀리까지 가서 떡볶이를 먹으려면 교통비가 밥값보다 세서, '에이 굳이'라며 생각을 접지만, 마음 한편엔 안양역 앞 천 원짜리 달달한 떡볶이가 땡긴다.

작가의 이전글 덕질하는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