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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Nov 29. 2021

엄마의 카스테라

  나는 어릴 적 하나에 꽂히면 꽤나 푹 빠져 살곤 했다. 그중에 하나는 카스테라였다. 입안에 카스테라를 넣고 우유를 한 모금 마실 때면, 빵 사이사이에 우유가 흠뻑 스며들어 달달함이 느껴진다. 나는 카스테라를 와구와구 맛있게 먹었다. 그 모습이 엄마에게 인상 깊었나 보다. 그 후로 엄마가 빵집에서 빵을 살 때면 내 거는 카스테라였다. 엄마가 '카스테라 사 왔다'는 말이 너무 좋았고, 엄마도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그렇지만 매번 카스테라였다. 언니나 동생은 다양한 빵을 즐기는 모습에 다른 빵이 먹고 싶어졌다. 어느 날은 피자빵이 먹고 싶었는데, 엄마의 뿌듯한 확신에 찬 말투로 '카스테라는 너 꺼야~'라고 했다.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다른 것도 좋아하는데...'라고 남몰래 조용히 속삭이며 카스테라를 먹었다.

  결혼하고 독립하고 나니, 먹고 싶은걸 먹는 게 당연해졌고 카스테라를 굳이 찾아먹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주말에 엄마 집에 가보니, 빵집 쿠폰이 생겨서 샀다며 엄마가 카스테라 세 덩이를 챙겨주셨다. 오늘도 굉장히 뿌듯한 표정이었다. 엄마를 이해하게 된 건지 나도 모르게 뿌듯한 표정으로 흠껏 기뻐하며 먹었다. 물론 다른 빵도 맛있게 먹었다. 옆에서 언니가 '엄마가 하도 카스테라 해서, 쟤 이제 카스테라 안 좋아해'라며 나에게 메론빵을 줬고, 처음 먹어보는 메론빵은 신기했다.

  이제 어떤 빵이든 잘 먹고, 좋아하지만, 엄마가 앞으로도 빵집에서 카스테라를 사 왔으면 좋겠다. 좀 더 정확히는 엄마가 빵집에서 카스테라 보면서 내 생각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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