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말하기 내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고 한다.
회사일이 조금 여유로워져 지난 화수목 휴가를 썼다. 마침 엄마가 수목에 김장한다길래 옳거니 하고 쓰게 된 것도 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알찬 휴가가 될까 하다가 이번에 회사에서 주는 책 지원금이 꽤 남아서 알라딘에서 특이한 걸 사봤다. 자율주행 자동차 키트가 담긴 "메이커스"라는 잡지였다.
과학의 날 고무 동력기를 만들었던 경험이 새록새록 생각나며 재밌을 거 같다는 마음에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느낌으로 덜컥 주문을 했고, 딱 엄마네 김장하러 가기 몇 분 전 택배가 도착했다. 김장하고 집에 돌아오면 목요일 저녁일 텐데, 그때까지 기다리긴 아쉬워 노트북이랑 필요한 장비들을 한 보따리 싸매고 엄마네 갔다.
엄마는 김장하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알 수 없는 다 큰 딸을 보며 황당해했다. 그래도 모처럼 엄마 도와주러 왔으니, 첫날은 열심히 시장을 돌아다녀 김장 재료를 사고, 둘째 날 오전까지 영차영차 엄마를 도와 김장을 했다. 첫날 저녁이랑 둘째 날 오후에 시간이 널널했기에 조립할 시간은 충분했다.
코딩을 몰라도 간단히 스크립트 파일을 실행만 해도 동작하도록 되어있어서 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물리적인 조립이 쉽지 않았다. 충전기가 충전이 안되어있어서 선을 꼽아놓고 실행해야 하는데, 충전기가 빠질 때마다 데이터 쌓는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든가, 키트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나사 조이는 도구를 못 찾아서 헤매고, 자동차가 다닐 길을 직접 A4용지에 길 표시하는데 한세월 걸린 거 같다.
결국 정확도 30%에 ai 자율주행차를 만들었다. 쉽게 AI를 설명하자면, 카메라로 찍힌 화면과 내가 키보드로 수동 조작했던 방향 데이터 쌓고, 학습해서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고,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자동차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왼쪽, 오른쪽, 직진"이라는 선택지 중에 오른쪽만 선택되는 희귀한 성능이 나왔다. 수동 조작할 때 내가 오른쪽으로 운전할 때만 학습이 잘된 것 같다.
지금은 내방 한구석에 놓여있는데, 담에 또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제대로 학습시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