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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Apr 18. 2022

며느리 생일잔치

  시어머님은 굉장히 남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신다. 웃어른들이 다 그렇고, 울 엄마도 참 손이 크다 생각했는데, 시어머님은 내가 아는 사람 중 으뜸이다. 내 생일 즈음 '미역국 끓여줄게. 제천 놀러 와~'라며 시어머님이 연락 주셨다. 벚꽃 대란으로 사람들이 밖에 북적이던 때였다. 금요일 저녁에 가고 싶었지만, 회사 일정으로 주말에 다녀오게 되었다.

  시어머님은 내가 필요하다면 간 쓸개도 주실 작정이었다. 상다리 부서져라 음식 준비하시고, 햇빛 세다며 입고 있는 모자를 써보라 하시더니 잘 어울린다며 가져가란다. 할머니가 쓸법한 핑크&초록 모자였다. 둘러둘러 거절했는데 안 통한다. 저번 설날에 치마 거절했던 게 맘쓰여서 생일 챙겨주고 싶으셔서 그러시겠거니 하고 받아버렸다. 

  수도권은 비가 한번 오면서 벚꽃이 지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계시는 곳은 조금 추워서 인제 벚꽃이 만개했다. 나는 어머님께 놀러 오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짚 앞에 개복숭아 꽃, 겹벚꽃 등등 활짝 나를 반겨주는 거 같다며 애교를 실컷 부렸다.

  적당히 할 걸, 내가 기뻐하니 어머님은 더 꽃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하셨다. 한 시간 되는 거리에 단양을 다녀오자 하셨는데, 그때 시간이 한두 시간 지나면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남편이 옆에서 눈치를 줘서 다음날 가기로 했다. 남편이 옳았다. 밥 먹고, 케이크 먹고, 차까지 마시니 밤 10시가 되어 굉장히 피곤해졌다.

  어머님은 낼 몇 시에 갈지 나에게 물으셨고, 나는 평소 내가 일어나는 9시를 말했다. 어머님은 좀 더 일찍 가자며 7시에 아침을 먹자 하셨다. 이때 거절했어야 했는데 말을 못 했다. 

  결국 아침 일찍 밥 먹고, 꽃구경 다녀왔다. 아침 일찍 꽃구경을 다녀오니 남편은 피곤함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불편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사진이 찍혔다. 그러다 집 가기 전 짐 쌀 때 싸주신 것들이 넘쳐흐르자, 남편이 화를 냈다. '엄마랑 아내가 둘이서만 얘기하고 결정해서 나 너무 힘들어' 

  남편의 말도 이해는 가지만, 생일이라고 챙겨주시는 어머님 마음을 이해하려고 무단히 노력했던 내가 초라해지는 느낌이었다. 남편의 인상 찌푸린 얼굴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눈물을 보였다. 어머님은 아들에게 화를 내진 않으셨는데, 오히려 아들에게 얘기해줘서 고맙다며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고, 한때 며느리이자 아내였을 어머님은 나의 마음을 보살펴주셨다. 그러곤 너희 둘이 이러는 게 걱정된다며 서로 잘 살펴주라는 말도 아끼지 않으셨다.

  돌아가는 길에 남편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울컥했던 마음이 사그라들고 뭐가 좋은지 서로 배시시 웃으며 화해했는데, 어머님이 아직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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