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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Apr 11. 2022

희망고문이라 불리는 청약


우리 부부는 둘 다 7년 차 맞벌이 부부다. 부모님께 손 빌리긴 어렵지만, 나름 7년 동안 열심히 모았기에 지금처럼 몇 년 더 모으면, 대출 끼고 집 한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신혼 1년 차라 희망고문이라 불리는 청약을 해보고 있다. 신혼이니 특별공급에 넣으면 좀 해볼 만하지 않나 싶었다.

  맞벌이 직딩이다 보니 소득제한으로 신혼 특공 물량 중 30% 추첨에 돼야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추첨제라는 게 없어서, 그냥 열심히 일단 총알을 모으자 였는데 혹시 모를 기대를 하게 되었다.

  직장이 성남, 서울이라 1시간 이내 교통이면 다 넣어보고 있는데, 경쟁률이 너무 높아 사실 매번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안양에 분양가 상한제가 걸리지 않아 생각보다 가격이 높게 측정된 청약이 이번에 나왔었고, 여기는 제발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가장 선호도가 낮아 보이는 타입에 청약을 넣어 보았다. 철도 옆이라 소음 문제도 있고, 동안구가 아닌 만안구라 주변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가볍게 봤을 땐 안 좋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지상 만안구에선 톱이고 옆에 안양천 산책도 좋고 주변에 새 아파트도 많고, 월판선도 들어올 예정이라 출퇴근할만할 거 같았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에서 산다는 마음에 또 알게 모르게 설레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격이 높게 측정돼서 고가점자들이 넣진 않을 거 같은데, 나 같은 안양 토박이들이 넣을 것 같은 곳이었다.

  청약 다음날 경쟁률이 떴는데, 웬걸 당첨될 확률이 40% 였다. 이거 혹시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신혼가구를 찾아보고, 화장실이 2개가 되면 청소 분담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더라. 옵션에 뭐가 있고 우리 돈이 없는데 발코니 확장과 에어컨 설치를 얘기하다, 안될 확률이 더 크다며 김칫국이 한 사발 들이마시다 말다를 반복했다.


  이렇게 열흘 동안 희망 고문을 하다 12시 땡 당첨결과가 오픈되자마자 들어갔는데, 예비에도 들지 못했다. 

 아니 우리가 이렇게 운이 없나?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하는 마음에 분양하는 곳에 전화까지 하게 됐다. 우리가 신청한 게 누락되진 않았나, 이럴 리가 없어라는 마음에 심란해서 전화까지 가게 되었는데, 차근차근 안내해주시는 분의 목소리에 미안했다. 대충 물량의 5배까지 예비를 뽑는데, 예비에 될 확률은 약 80%였다. 우리는 뒤에 20%에 된 거였다.


  운이 나빴지만, 한편으로 예비 뒷번호로 당첨되었더라면 더욱 희망고문이었을 거 같다. 그리고 소득보다는 자산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소득제한에 따라 1순위는 3인 가구 맞벌이로 치면 각자 월 350, 대출을 받으려면 직장인이어야 하니, 직장 들어가자마자 애 낳고 1년 이내 청약을 넣는 사람 중에 대출로 해결 안 되는 부분은 부모님 손을 빌릴 수 있는 정도이다. 신혼 특공 사람이 없는 이유가 있었네. 그럼에도 혹시 모를 마음에 희망고문은 계속 진행 중인데, 만약 우리가 당첨되었을 때 과연 메리트가 있는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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