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라는 숫자에 작은 침이 가면, 디지몬 보는 시간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한번 티비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때를 쓰며 7시쯤 논스톱이 끝나고 재미없는 프로그램이 나올 때쯤 돼서야 밥을 먹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못마땅해했다. 하루는 엄마가 견출지에 분을 적어 시계에 붙였다. 우리는 6시 30분이 되면 티비 그만 보고 밥 먹을 거야. 나는 시간을 알게 되면, 내가 불리해질 거라 생각했다. 엄마는 5분, 10분 시계를 가리키며 알려주었고, 몇 시게? 하며 물어보기를 반복했다. 나는 계속 대답을 못했다. 배우고 싶지 않았다.
하루는 나랑 동갑인 사촌이 시계를 곧잘 읽는다는 걸 알고는,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화를 냈다. 혼나면서 배우니 꾸역꾸역 알게 되긴 했는데, 그럼에도 그땐 고집불통인지라 꽤 오랫동안 모른척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게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시간을 배우니 내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친구와 놀 약속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시간 맞춰 우연히 마주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엄마와 함께한 시간이 많았구나. 를 알 수 있었다.
엄마의 답답한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어릴 적 마음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 내가 시계 앱을 만들면서 그다음 기획을 구상하다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릴 적 엄마 나이대가 가까워지니 그런 걸까. 엄마의 마음에서 아이가 시계를 좀 더 쉽게 느꼈으면 싶었다. 어린아이에게도 보기 쉬운 시계는 어떤 형태일까? 시계가 좀 더 직관적이었다면, 내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엄마가 덜 힘들진 않았을까? 이런저런 마음을 담아 새로운 테마의 시계를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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