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든 잘 깜박하는 편이다. 집 밖에 나갈 때면 속으로 외친다. '핸드폰! 지갑!' 그마저도 잊어버리고 남편이 핸드폰 챙겼냐고 물어보면, 아차 하며 다시 집에 들어갔다 나온다. 그래도 남편만 잘 챙기면 별 탈이 없긴 하다.
그날은 집에 있었음에도, 핸드폰 충전을 깜박했다. 책상에 유선 충전기가 있지만, 그럼에도 화장실 갈 때며, 운동할 때며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배터리는 1%로 간당간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자기야 나 너한테 선물해주고 싶은 게 있어" 그것은 바로바로 요 녀석이다.
맥세이프 충전기라 불리는데, 자석이 있는 무선 충전기이다. 내가 보기 편한 위치에 충전기를 놓고, 핸드폰을 갖다 대면 알아서 자석이 착 붙으며 충전이 되는 똑똑한 녀석이다. 단축어 앱을 사용하여 충전이 시작될 때, 잠금 해제될 때 시계가 켜지도록 하면 꽤나 유용하다.
처음에 남편이 사준다 했을 땐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무선으로 바뀌고, 자석이 달린 것뿐인데, 그게 내 삶에 그리 편해질까? 그냥 충전기가 조금 개선된 거뿐인데, 그렇다고 내가 과연 충전을 잘하는 사람이 될까? 남편이 당근으로 열심히 찾아보더니 꽤 좋은 가격에 비닐도 뜯지 않은 상품을 구해왔다. 몇 번 써보니 나는 내 자리에 안자마자 맥세이프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맥세이프에 핸드폰이 없으면 핸드폰을 찾게 되고, 핸드폰을 연결하면 시계가 알아서 켜져서 시간 개념도 톡톡히 인지하게 된다. 맥세이프에 핸드폰을 두면 얼굴을 마주 보게 되어 비밀번호 푸는 것도 쉽다. 남편이 꽤나 뿌듯해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