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꾸미 Oct 24. 2022

집 근처 호캉스

남편이 최근 바쁜 업무를 마무리하고 여유가 생겼다. 남편은 연차가 얼마나 남았나 확인하더니, 너무 많이 남았다며 억울해 몸서리치더니 이내 핸드폰으로 뭔가 찾아본다. 내 고관절 때문에 멀리 가긴 어려운지라, 살짝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용케 놀러 갈 만한 곳을 잘 찾았다. 집에서 지하철로 10분 거리에 괜찮은 일본식 스파 호텔이었다. 한국에서 일본문화를 즐길 수 있다니 너무 좋은걸 하며 힘껏 들떴다. 날짜를 보니 이틀 뒤 방이 하나 남아있었고, 12월은 돼야 예약이 가능하단다. 12월까지 기다릴 필요 있나 싶어 얼른 예약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평일로 예약해서 그런지 넓디넓은 온천에 나밖에 없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남탕도 자기밖에 없었다 한다. 객실에 머무는 동안 여러 번 이용할 수 있다 해서 여유롭게 이용하려 했지만 나에겐 물이 너무 뜨거워 탕에 들어간 지 5분 만에 나왔다.

그래도 몸은 충분히 노곤 노곤해졌다. 침대에 누워 바삭바삭한 감자칩을 먹으며 책을 봤다. 집에서 이렇게 하면 과자 부스러기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받았을 텐데, 뭐 어때 호텔 이불은 매일 세탁할 텐데. 남편은 한술 더 떠 과자를 쏟아버렸다. 뭐 어때, 호텔 청소하시는 분께는 미안하지만, 내 집이 아니기에 맘이 너그러웠다.

호텔에서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관내복이 있었는데, 가볍고도 촉감이 너무 좋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계속 생각이 나서 혹시 muji 같은 데서 팔지 않을까 싶어 쇼핑을 했다. 비슷한 느낌에 옷은 없었지만, 최근에 금이 간 밥그릇 때문인지, 아침에 먹었던 조식 때문인지 예쁜 밥그릇이 눈에 들어와서 쇼핑하고 집에 왔다.

집 근처에서도 쉽게 일본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일본 여행보다 편하게 다녀온 거 같아, 퍽 잘 쉰 거 같다.


번외로 케일이 굉장히 빨리 자라 아침마다 야금야금 먹고 있다. 내 고관절도 쑥쑥 나아졌으면 좋겠네:)


작가의 이전글 휴직하고 일주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