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집 근처 호캉스

by 쭈꾸미

남편이 최근 바쁜 업무를 마무리하고 여유가 생겼다. 남편은 연차가 얼마나 남았나 확인하더니, 너무 많이 남았다며 억울해 몸서리치더니 이내 핸드폰으로 뭔가 찾아본다. 내 고관절 때문에 멀리 가긴 어려운지라, 살짝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용케 놀러 갈 만한 곳을 잘 찾았다. 집에서 지하철로 10분 거리에 괜찮은 일본식 스파 호텔이었다. 한국에서 일본문화를 즐길 수 있다니 너무 좋은걸 하며 힘껏 들떴다. 날짜를 보니 이틀 뒤 방이 하나 남아있었고, 12월은 돼야 예약이 가능하단다. 12월까지 기다릴 필요 있나 싶어 얼른 예약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IMG_0394.jpg
img_spa_02.jpeg

평일로 예약해서 그런지 넓디넓은 온천에 나밖에 없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남탕도 자기밖에 없었다 한다. 객실에 머무는 동안 여러 번 이용할 수 있다 해서 여유롭게 이용하려 했지만 나에겐 물이 너무 뜨거워 탕에 들어간 지 5분 만에 나왔다.

그래도 몸은 충분히 노곤 노곤해졌다. 침대에 누워 바삭바삭한 감자칩을 먹으며 책을 봤다. 집에서 이렇게 하면 과자 부스러기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받았을 텐데, 뭐 어때 호텔 이불은 매일 세탁할 텐데. 남편은 한술 더 떠 과자를 쏟아버렸다. 뭐 어때, 호텔 청소하시는 분께는 미안하지만, 내 집이 아니기에 맘이 너그러웠다.

호텔에서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관내복이 있었는데, 가볍고도 촉감이 너무 좋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계속 생각이 나서 혹시 muji 같은 데서 팔지 않을까 싶어 쇼핑을 했다. 비슷한 느낌에 옷은 없었지만, 최근에 금이 간 밥그릇 때문인지, 아침에 먹었던 조식 때문인지 예쁜 밥그릇이 눈에 들어와서 쇼핑하고 집에 왔다.

집 근처에서도 쉽게 일본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일본 여행보다 편하게 다녀온 거 같아, 퍽 잘 쉰 거 같다.


번외로 케일이 굉장히 빨리 자라 아침마다 야금야금 먹고 있다. 내 고관절도 쑥쑥 나아졌으면 좋겠네:)

IMG_0389.HEIC


keyword
작가의 이전글휴직하고 일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