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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기자 Jun 06. 2021

만나고 싶지 않은 그X을 만났다

'불행'이라는 놈은 준비도 없이, 숨쉬는 것처럼 엄습한다. 정말로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피하고 싶어서 갖은 애를 써봤지만, 결국은 그 놈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그 놈'의 습성을 보면 정말 얄궂다. 가장 힘든 터널을 가까스로 지나, 이제 좀 한숨을 돌리려고 할 때, 교묘하게 그 새를 파고 들어와 어깨를 축 늘어지게 한다.


  며칠만 있다가 찾아오지. 타이밍도 참 절묘하다. '며칠만'이라도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고 숨쉴 타이밍이라도 주고 찾아왔더면... 불행과 불안이라는 감옥은 마치 한 세트처럼 너무나도 빨리, 쉴틈도 안 주고 찾아온다.


 나는 행복을 누리는데 게을렀지만, 불행은 너무나도 성실하게 일한다. 어떨 때는, 정말 징글징글이라는 하다는 말이 육성으로 터져나온다.


 물론 삶을 살면서 늘 기쁘고 기분 좋게만 살수는 없는 것이고, 행운만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매번 불행과 불안이라는 녀석을 마주할 때마다 영 달갑지 않다.


  그 놈을 자주 맞딱뜨리면서 약간의 '맷집'도 생기고 다루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매번 '그 놈'은 얼굴을 바꾸고 찾아오고 변이도 심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의 대응 방식도 바뀌어 간다.

 

 사람마다 불행의 총량이라는게 있을까.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인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이나 무명씨나 누구나 다 불행이나 불운의 총량은 같을까.

 불행을 맞닥뜨리면 혼자라는 외로움과 고독에 더 깊게 빠진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하지 않은 일로 오해를 겪을 때 더욱더 힘이 든다. 사람마다 고통의 정도와 질이 다를까. 하지만 고통은 주관적인 것이라서 아무리 작은 고통이라도 느끼는 사람에 따라서는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떤 트라우마나 역사를 가졌는지에 따라 그 파장도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불행은 엄연한 사유재산'이라고 말했다. 불행도 재산이므로 버리지 않고 단단히 간직해 둔다면 언젠가 반드시 큰 힘이 되어 나를 구원한다고. 또한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몰리보리 만큼 강해지며, 마침내 불행이 자산이 되어 등 뒤에서 밝게 빛날거라고.


 스멀스멀 파고든 '불행'이라는 생각의 감옥에서 허덕이고 있지만,  책속 한줄에 기대어 숨 쉴 구멍을 마련해 본다. 이 시간도 언젠가는 나를 강하게 만드는 시간임을 믿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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