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미션 임파서블 7)에는 유독 '선택'이라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우리 인생은 선택의 결과'라는 말이다. 이는 음지에서 일하고 미션을 수행하다 정체가 발각되면 누구도 목숨을 지켜주지 않는 영화 속 IMF(Impossible Mission Force)팀의 숙명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지만, 톰 크루즈의 선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속편은 기존의 팬덤을 확보할 수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전 시리즈보다 높아진 관객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해야 한다는 '미션'이 기다리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 되지 않으려면 지난 시즌보다 진일보한 성과물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는 과거에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5년만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속편을 내는 도전을 선택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동안 톰 크루즈 영화 가운데 최고 평점이라는 기계적인 평가를 잠시 뒤로하더라도 한발 더 나아간 액션을 선보이기 위한 그의 프로정신에 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얼마나 하나 보자'하고 팔짱을 끼고 객석에 앉은 시니컬한 관객이라도 허리를 곧추 세우고 자세를 고쳐 앉아 집중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26년된 할리우드의 인기 프랜차이즈라지만, 촌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으려면 그동안 달라진 영화계 트렌드나 사회상을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수많은 OTT와 영화를 통해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맟추려면 액션과 스토리텔링도 한발짝 앞으로 나가야 한다.
'미션 임파서블 7'은 결코 쉽지 않은 영화적 '미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스토리텔링적인 면에서도 나름 촘촘히 짜여져있다. 요즘인공지능(AI)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자각 능력이 생긴 AI 엔티티는 인류를 위협할 만큼 막강하다. 될 이 엔티티를 제어할 수 있는 열쇠 두쪽을 찾는 미션으로 구성된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제작진은 충분히 흥미로운 시퀀스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소매치기로 등장했다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미션 걸' 그레이스(헤일리 앳웰)과의 스토리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볼 만하고, 레베카 퍼거슨과 폼 클레멘티에프 등 다양한 여배우들의 캐릭터 합도 괜찮다. 전편부터 이어진 벤지(사이먼 페그 분)와 루터(빙 라메스 분)와의 브로맨스도 영화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통상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는 스토리와 액션이 시너지를 일으킬 때 관객들에게 쾌감을 준다. 비록 완벽한 서사는 아니지만, 톰 크루즈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액션은 빈 공간을 메우면서 눈돌릴 틈 없게 만든다. 초반에 헌트(톰 크루즈)가 그레이스와 노란색 피아트를 타고 로마 시내 한복판에서 벌이는 아기자기한 카체이싱은 엄청난 속도감으로 스릴을 느끼게 한다.
이후에 헌트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전력 질주하다가 노르웨이 협곡 벼랑에서 맨몸으로 수직 낙하한 뒤 낙하산을 펼쳐 달리는 열차에 잠입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불의의 사고를 우려해 가장 먼저 촬영한 장면답게 그가 절벽에서 몸을 내던지는 장면에서는 관객의 숨을 죽이게 만든다. 낙하산을 타고 어딘가에 잠입하는 장면은 액션 영화의 클리셰 중 하나지만, 톰 크루즈는 여기에 오토바이를 타고 절벽으로 질주하는 장면을 추가함으로써 스릴을 배가시켰다.
여기서 멈췄다면 전편과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종반부에 아슬아슬한 열차 액션 장면을 추가해 정점을 찍었다. 다리 위 공중에 멈춰선 열차가 까마득한 땅 아래로 한량씩 떨어질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63분이라는 다소 긴 듯한 러닝 타임도 크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액션 시퀀스가 잘 짜여졌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느껴지는 것은 톰 크루즈의 프로정신이다. 지난해 '탑건:매버락' 내한 행사 때 톰 크루즈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는 "나는 철저하게 관객들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 관객들은 내가 그들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줬다"면서 "흥행이나 인기를 당연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해 프로다룬 면모를 느낀 적이 있다.
배우로서의 관객들에게 최고의 영화적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의 프로정신은 화면을 뚫고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한 단순히 액션의 난이도가 아니라 나이에 굴하지 않고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의 노력과 정신력에 감동하게 된다. 관객들에게 더 짜릿한 시각적 영화적 경험을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에게 팬들은 제발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 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지난해 36만에 속편을 발표한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그는 항공기를 직접 조종하는 고난도 항공 액션으로 올드팬들의 향수는 물론 요즘 세대의 인기까지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AI로 가상인간이 묘기에 가까운 스턴트를 보인다 한들 보고나면 허무함만 남는 것과 달리 사람의 맨몸 액션은 그 자체로 느껴지는 묵직한 감동이 있게 마련이다.
이 영화는 긴 러닝타임때문에 반드시 미리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 하지만 휴대폰을 보는 횟수가 0~1회에 기까울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올 여름 시장에는 한국 영화 대장 4편도 함께 경쟁한다. 모두 기대작이지만, 어떤 작품이 관객들을 더 즐겁게 해주는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접근했는지는 추후 박스오피스 스코어가 말해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미션7이 한국 영화들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어쨌거나 올 여름 한국 영화들이 단단히 긴장해야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