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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Jun 17. 2021

글을 쓴다는 부담감

을 가볍게 하기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건, 무작정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일이라고 작가들은 말하곤 하지만, 엉덩이로 쓰는 일이 그리 유쾌한 작업이 아닌 걸 보면 나는 쓰는 사람은 아닌 걸까? 하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것이다’라는 표현은 나쁜 표현이라고 어느 작가는 말했고, 그럼에도 뭇 (유명한) 소설가의 소설에서는 여전히 잘 쓰는 표현으로 내게 각인된 걸 보면 그래, 글 쓰는 스타일에는 정답이 없는 거니까 그냥 쓰자. 그러나 좋은 글이란 건 엄연히 존재하는데. 예리하고 통찰력 있게, 깨달음을 주면서도 부드럽게, 우아하게, 그러나 강하게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만 내지 말고, 쓰자. 읽자. 읽고 쓰자고! 하며 머릿속에 무한정으로 까만 동그라미를 마구 마구 그려 넣고만 하고 있는 지금 나는 여기, 호캉스 중.



호캉스? 글쓰기? 밤 10시에 호텔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브런치 앱을 열고 낑낑대며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자의 설움을 최대한 표출하고 싶지만, 나는 참 그렇다. 지금 이 상황에 어울릴법한 격한 표현과 못생기고 촌스러운 단어에 참 박하다. ‘박하다’ 같은 이런 표현에 나는 마음이 가지 않는다. 글을 쓰는데 쓰기 싫은 표현, 하기 싫은 말도 참 많다.



잰 체하는 게 아니라 이건… 세련(된) 체하느라 그런 걸까? 말도 안 되는 습관이 들어 글을 쓰다 말고 이리저리 잰다. '척'하기도 한다. 나를 내려놓고, 힘 빼고 글을 써도 모자란데, 힘 잔뜩 들어간 글이 모호하기까지 하고, 지루하기까지 할 때면 나는 어떻게 하느냐.



그만둔다. 그만둔다고? 엉덩이 붙이고 앉아 계속 쓰는 거 아니었어? 새벽에 일어나 무조건 쓴다는 작가(하루키)의 이야기를 잊은 거야? 키보드의 글씨가 다 지워지도록 쓰는 소설가(김금희)의 노트북을 기억해? 손목 받침대가 다 낡아서 자주 교체한다는 어느 작가(백영옥)의 말은!!!



이렇다 할 ‘작가’라 이름을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록하고 쓰는 과정에서 더 많이 읽고, 배우는데 시간을 쏟고 싶다. 알을 깨고 나와 (마침 오늘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데미안을 이야기했다, 호캉스에서!) 나를 이야기하고 싶다. 거북이처럼 완전히 자기 안으로 들어가 나를 끌어내고 싶다. 그런 나를 담고 싶다.






"우리는 말을 너무 많이 해"

"똑똑한 척 늘어놓는 얘기는 가치가 없어 전혀 없다고.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 뿐이야"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죄악일 뿐이야.

사람은 거북이처럼 자기 안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데미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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