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이다. 요조의 책 <책방 무사>를 읽다가 못난이라는 소제목의 짧은 글을 만났다. 책방을 오픈하고 방문해준 지인들을 떠올리던 날의 이야기였다.
‘사느라 바빠서 오랫동안 못 본 지인, 제주도에서 우연히 한 번 본 게 전부였던 지인, 내가 별로 챙겨준 일이 없던 지인… 책방에 와줄 만한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아무 기별도 없이 갑자기 찾아왔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책방에 나타날 때마다 기뻐서라기보다 정말 놀라서 놀란 적이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응당’ 와야 할 지인의 얼굴을 떠올리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섭섭한 사람’ 리스트를 머릿속으로 짜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거다. (무려 요조도!)
평소라면 이 글을 그냥 읽고 넘겼겠지만 나는 그 당시, 막 첫 책을 출간한 여행 작가였다. 실제 지인들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알게 된 지인들도 책을 사주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신청해주시기도 했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안절부절하는 날도 많았다. 한편 ‘응당(?)’ 책을 사주어야 할 사람이 책을 사지 않은 걸 알았을 때 느끼는 서운함도 점점 커져갔다.
게다가 요즘 SNS 인증은 필수 아닌가! 요조의 말처럼 조금 덜 친하거나,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지인들은 책 사진을 올려주기도 하는데, 정작 내가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뒤에 깜깜무소식이었다.
나와 친한 친구들 그러니까, 나라도 당연히 그들이 책을 낸다면 15,000원 기꺼이 할애할 수 있는, 그런 지인들 중에서 반응이 없는 이들에게 혼자 서운하기 시작했다. 섭섭한 사람들 리스트를 따로 만들 필요조차 없었다. 가끔 그들 얼굴만 떠올랐다. 급기야 ‘내가 먼저 서운하게 한 일이 있었나?’라는 고민에까지 이르렀다.
정작 티를 낸 적은 없었다. 첫 책 출간 후 북토크도 하고, 유튜브 인터뷰도 찍으며 SNS 홍보요정이 되어가면서도 책 얘기는 쏙 빼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 대화만 오갈 뿐이었다. 나만 혼자 꽁하고 있는 못난이였다.
그렇다면 요조는 어떻게 했을까?
‘이 못난 생각들을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못난 사람이 되고 말 거야.’하고 정신을 차리고는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가장 미웠던 언니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 언니는 나 책방 낸 거 축하 안 해줘? 안 궁금해? 안 와보고 싶어? 대체 언제 올 거야, 당장 오지 못해?
문자를 받은 언니의 대답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글을 읽자마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들에게 문자를 보내볼까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못났다)
대신, 어느 순간 그들에게 서운한 마음은 사라졌다. 사정이 있었겠지, 바빴겠지, 어쩌면 읽었겠지?
사실을 직시하자면 그렇다. 요즘처럼 좋은 책이 참 많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내가 사고 싶은 책 사기도 바쁜데, 지인들 책 다 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지인들 책을 사고, 또 후기를 올리는데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실제로 보지 못한 온라인 인연이라도 응당 해주어야 할 것 같고, 해주고 싶고, 더 해주고 싶은데,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아직도 못해주고 있을 때 참 많이 미안하다.
이건 1년 전 품었건 비밀 이야기다.
이제는 서운한 마음은 사그라들었고, 대신 고마운 마음이 커졌달까? 어떻게 갚으면 좋을까. 감사한 분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많아졌다.
진심이에요! :-)
무려 요조도 했던 고백을, 저도 한 번 해보았습니다.
너무 너무 부끄럽지만 솔직하게요!